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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황매산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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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합천 산골마을에 사는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 친구는 다음날 이른 아침 우리를 데리고 황매산으로 향했다.

봄에는 철쭉제가 열릴 만큼 정상이 철쭉으로 덮혀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영 가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곳이었다.

차를 타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는 것도 실감이 안나고...

그렇게 여러 가지 의문만 가지고 도착한 황매산은 한국의 어느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무 한그루 없이 끝없이 펼쳐진 풀밭은 마치 유럽의 어느 언덕에 와 있는 듯 했다.

억새들과 키낮은 들풀들만 자라고 있는 이곳 황매산은 예전 전두환 독재시절, 전씨 일가가 목장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목장을 하기 위해 드넓은 삼림을 모두 훼손하고 이렇게 풀밭을 만들어 소를 키웠는데, 풀을 다 뜯어먹고 황폐해지자, 방치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 자연이 어떻게 훼손되는지를 분명하게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소들이 독이 있어서 못 먹는 철쭉들만 이곳에 남아 번성하고, 그것이 넓게 더 퍼져 황매산이 철쭉산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온 산을 뒤덮은 철쭉꽃을 보기 위해, 봄마다 관광객들이 몰려든다니 이곳 주민들은 나무가 모두 없어지고 철쭉으로 뒤덮히게 된 걸 도리어 좋아하려나 모르겠다.ㅠㅠ     

나무 한구루 없으니, 햇볕을 피할 데가 한 군데도 없다.

'산속에서 양산이 뭐가 필요할까' 싶어, 던져 놓고 온 양산을 무척 아쉬워 하며 그저 모자를 잊지 않고 온 것에 만족한 채 햇볕이 쏟아지는 언덕을 걸었다.

새벽 6시라도 구름을 뚫고 올라온 산 꼭대기는 한낮처럼 볕이 뜨거웠다. 

그래도 이렇게 넓은 구릉으로 변한 황매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멋지기는 하다.

발 아래 넓게 펼쳐진 구름과 산봉우리들이 어울려 있는 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여름이 아니라, 가을이나 겨울에 온다면 더 걷기에 좋을 것 같다.물론, 철쭉이 한창이라는 봄도!합천 친구네 집엘 다른 계절에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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