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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여행중 메모

이게 열쇠가 아니라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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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물쇠가 없이 혼자 굴러다니는 열쇠를 좋아한다.

그런 열쇠들은 오래될수록 내 마음을 끈다.

지난번 렌의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한 이 열쇠도 무척 멋져 보였다.

구리로 만든 것 같은 열쇠는 세월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청록색 녹이 끼어 있었다.


무엇을 열던 열쇠일까?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장식품으로 들고 다니기에도, 어디에 걸어 놓기에도 무척 어중간해 보이는 이것을 나는 사진만 찍고 가격도 알아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후에 남부 프랑스 몽쁠리에 벼룩시장에서 다시 이 열쇠와 똑같은 것을 발견했다.

물론, 세부적인 디자인은 약간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동일한 종류의 열쇠같아 보였다.


이렇게 뒹굴고 있는 열쇠들을 늘 잊지 않고 사진 찍는 나는 그날도 주인에게 이 열쇠를 찍어도 괜찮겠냐고 묻고는 카메라를 들었다.

나의 관심이 흥미로웠던지, 주인은 내게 열쇠를 들어 비밀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웽~ 이건 사실 열쇠가 아니었다.



이 물건은 바로, 열쇠 모양을 한 '포도주병 따개'였다.

나의 놀라고 신기해 하는 모습을 보고 상인은 매우 즐거워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포도주병 따개'를 이렇게도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렌에서 본 열쇠 중간에 포도넝쿨이 새겨져 있다는 걸 돌아와 사진을 다시 살펴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갑자기 재밌게 만든 포도주병 따개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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