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남은 안양사지

안양에서 살기

안양에 이렇게 멋진 유적지가 있는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

김중업 박물관을 구경하러 왔는데, 김중업 박물관은 안양사지와 결합되어 있었다.

옛날 절의 기단석에 해당되는 바위들이 곳곳에 있고,

그 한켠으로 또 유유산업 당시의 유적들과 김중업이 설계했다는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20세기 유적들과 고대 유적들이 섞여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거슬리지 않다.

안양의 지명이 바로 이 안양사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안양사지는 안양의 중요한 유적자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폐허로 존재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복원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만약, 여기에 뭔가 기념물을 더하거나 복원을 한다면서 고전적인 단청건물이라도 세워 놓았다면, 

지금처럼 조망이 세련되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방문한 날은 너무 더워서 이 페허 위를 많이 걷지 못했다. 

다음에 좀더 시간을 내어, 김중업 박물관이 아니라 '안양사지' 방문을 목적으로 다시 가고 싶다.

그때는 지나는 바람을 느끼며 오래도록 기단석 위에 앉아 있어야겠다. 

한편, 이곳에는 안양사의 전신이었던 중초사 유적들이 몇 점 있다.

이 당간지주는 안양을 소개하는 관광 안내서에서 곧잘 눈에 띄었던 건데, 

고려시대 초기 사찰인 중초사지 당간지주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당간지주는 절의 깃발을 세워놓을 때 쓰는 기둥이라는데, 어떤 식으로 깃발을 달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당간지주보다 바로 옆에 있는 삼층석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고려 시대의 전형적인 삼층석탑으로, 당간지주보다 후인 고려 중기 작품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중간 사각돌이 무척 생뚱맞아 보인다.

이런 비율이라면, 조금 어색한 느낌까지 드는데...

나는 이런 이유로 이 석탑이 매우 세련되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약간 어색한 바로 이런 구성이 내 마음에 쏙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