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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살기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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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는 시민들의 생활공간에 예술작품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공원이나 길거리에 조각이나 설치 예술들을 전시해 놓았다.

이런 작품들은 그저 전시물일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시민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들어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자건거를 매어 놓을 수 있는 거치대일 때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예술작품들이 곳곳에 존재하니, 도시가 더 멋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안양시에서는 꾸준히 공공예술 프로젝트 사업을 벌이며, 해마다 국내, 국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하고 또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동예술 등의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몇년 전 '수잔 레이시'(Suzanne Lacy)가 기획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건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공공예술 사업이 너무 전시행정 차원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품들이 얼마나 주변환경과 조화로운가 하는 것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흉물스럽게 변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나무로 만든 어떤 작품은 몇 년 사이, 아주 초췌한 모습을 변해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작품도 있다.

또 매일 불을 밝혀야 하는 조각 작품은 생태적인 관점이 부족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술작품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애초에 잘 정해, 심사과정에서 좀더 친환경적이고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도 지속적으로 잘 유지될 수 있는 작품들이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중앙 공원에 설치된 무제2007, 리크리트 티라바니트(아르헨티나): 일명 '티하우스'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가옥을 45도 기울여 만든 것으로 안에 들어가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궈져 있다.

 


평촌 시내 인도에 설치된 작품으로 <도시 파노라마를 위한 스트리트 퍼니쳐>라는 제목답게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의 역할을 겸할 수 있다. 

네델란드 작가 가브리엘 레스터의 작품이다.



자유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멕코믹/삭소>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농업용 탈곡기와 정원용 철제 창고를 결합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밑의 받침대 같아 보이는 것이 창고를 형상화한 작품의 일부분이라는 걸 사진을 찍을 때는 주의해 보지 못했다.ㅠㅠ 

프랑스에서 모두 직접 구해온 것이라는데, 내 생각에 그 정도 가치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안양 파빌리온 앞에 있는 공중전화박스, 이 전화박스는 일반 전화박스가 아니라 예술품이다.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제목의 미카엘 엠그린(덴마크)과 잉거 드락셋(노르웨이) 작가들이 만든 것으로, 이 옆을 지나가면 전화벨이 울린다. 

우리는 그걸 받을 수만 있는데, 수화기를 들면,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끊어진다. 

나도 체험을 해 보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마음을 울린다기보다 공허하게 들린다.



안양 예술 공원 안에 흐르는 삼성천 가장자리의 큰 바위 위에 만들어진 이 분수는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라는 제목의 오노레 도(벨기에)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실제로 이 분수가 설치된 바위는 1977년 안양 대홍수 때, 산에서 굴러 내려온 돌이라고 한다. 

이 홍수로 사람들도 많이 죽었지만, 계곡의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희생된 물고기들을 추모하는 작품이라는 게 너무 신선하다. 

나도 대홍수 속에서 희생된 물고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다. 

이 분수는 무척 마음에 든다.



김중업 박물관 뜰에 있는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 

한국의 배영환 작가의 작품으로 유유산업의 옛날 공장 건물의 기둥들과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각품과 유적지의 조화로운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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