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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무 이야기

염리동 골목길, 대문앞 화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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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방문한 친구는 마포구 염리동의 한 단독주택에 산다.

이곳을 거닐면서야 혹시 '우리나라는 단독주택지역은 어디나 대문앞에 화분들을 내놓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단독주택 지역들을 둘러볼 일이 있었는데, 그곳은 하나같이 울긋불긋 꽃화분이나 채소를 심은 화분들이 대문앞을 장식하고 있었다. 

'내가 그 사이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단독주택가의 모습을 너무 몰랐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삼청동에도, 이촌동에도, 또 잠깐 지나간 삼각지역 근처에도 모두 화분들이 대문앞에 나와 있었다.


물론, 화분도 거기에 심겨진 화초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플라스틱 화분이거나 어떨 때는 스티로폴, 또 빨간 고무통 같은 데에 흔한 화초나 고추 같은 채소를 심었을 뿐인데, 그 모습이 너무 정감있어 대문안을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편 친구의 말이, 이 지역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어, 얼마 있으면 모두 허물고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거라고 한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고 나서 땅값도 엄청 많이 올랐다고...


그러나 현재 주민들 중 재개발된 이후, 여전히 여기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추가금 없이 이 지역에 건설될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을 텐데, 그럼 이들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받은 보상금을 가지고 과연 서울 시내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모두 희망적인 대답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요즘은 마음에 든다 싶으면 어디나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동네뿐이다.

어쩌면 벽돌 담장 아래나 한옥 대문앞에 화분이 놓여 있는 이런 동네는 더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라져가는 마을 풍경을 기억 속에 담는 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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