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토요 벼룩시장

안양에서 살기

햇볕이 너무 좋은 지난 토요일, 아주 오랜만에 우리 동네에서 매주 열리고 있는 벼룩시장에 구경을 갔다.
10여년 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안양에 정착을 시작했을 때, 나는 벼룩시장을 정말 자주 갔었다.
그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쟁반이나 접시 같은 부엌용품들을 구입하고, 또 때로는 재미삼아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사이 여러 가지 이유로 벼룩시장 나들이는 좀 뜸했더랬다.

우와~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가 자주 다니던 당시는 길 양옆으로 한 줄씩 두 줄로 자리를 잡았고, 가끔 세 줄이 찰까말까 했었는데, 그 사이 네 줄로, 그것도 길 전체가 가득 찼다.
그러니 구경나온 사람들도 엄~청 많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벼룩시장에 참여하는 줄 모르고 있었다.

부모를 따라 함께 물건을 팔러 나온 어린이들도 참 많다.

그들은 그저 어른 곁에 앉아있기도 하고 직접 흥정을 붙이기도 하는 등, 너무 귀여운 모습들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집에서 쓰던 물건을 정리하려고 들고 나온 사람도 많지만전문 장사꾼 같아 보이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띈다.

도자기를 파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신기해, 나는 이 물건의 출처를 여쭈어 보았다. 

이것은 모두 조선족들이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릇들은 하나같이 금이 가거나 깨져 있었다. 

아마도 멀쩡한 것은 골동품상에게 팔고 운반과정에서 깨진 것이나 이미 금이 간 것들이 이런 곳으로 흘러 들어온 모양이다. 

5천원에서 2만원 선에 판매되는 이것들은 아저씨도 상품가치는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장식할 때 재료로 쓰면 좋지 않겠냐는 상인의 말이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장식품으로 쓸 량이라면, 집에서 쓰는 물건이 깨지면 그것으로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연필꽂이로 쓰는 조선후기에 만든 파랑색 도자기들도 보인다. 모두 금이 가거나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나는 이런 고물들도 좋아한다. 사실 이런 데를 뒤지면, 정말 재밌는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은 너무 햇볕이 뜨거워, 자세히 보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놋그릇들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었는데,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그 뒤에 노란색 컵은 매우 흥미로워 보인다.

그날 저것들이 눈에 띄었다면, 분명 자세히 살펴보았을 것이다.

나는 이날 바로 이 치마를 걸 수 있는 집게 옷걸이들을 샀다.

모두 10개였는데, 하나에 200원씩 팔고 있었다. 그럼, 전부라도 2000원!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는 계속 치마걸이가 좀더 있어야 할 텐데 생각하던 참이었다.

나무로 된 튼튼한 걸이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이걸 팔던 아가씨는 내게 '관심있으면, 나머지 것들은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공짜라면 불량식품도 꼭꼭 씹어 남김없이 다 먹는 내가 마다 할 이유가 없다.

고맙다며, 모두 들고 왔다.^^

그러나 이 벼룩시장을 다니면서 마음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물건을 파는 할머님들도 많다. 그 사이 할머니들은 더 많아졌다.

그분들이 들고 나온 물건들은 집에서 가져왔겠다 싶은 것도 있지만, 어디선가 주워왔을 것 같은 것도 정말 많다.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여성노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분들은 어쩜 생활비를 벌러 이곳에 나오셨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들이 가지고 나온 물건들 중에는 음식물도 많다.

다시다나 국수, 통조림, 설탕 같은 것들을 팔고 계시는데, 저것들을 왜 들고 나오셨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가 이번 장날 지나는 길에 들은 한 할머니의 이야기!

"이거 오래된 거 아니야! 유통기한 한참 남았어! 지난 추석에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온 거야!"

왜, 할머니들은 당신 드시라고 자녀들이 사가지고 온 음식물까지 들고 나오신 걸까?

그러게 부모님께 선물로는 돈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

만약, 자녀들이 어머니께서 선물로 드린 음식물을 벼룩시장에  팔러 나오신 걸 안다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소일거리로, 혹은 재미로 나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고단해 보이시는 분들... 마음이 짠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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