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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무 이야기

씨가 맺힌 홍화밭과 홍화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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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합천 산골에 살고 있는 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 동네에서 본 홍화밭이다.

당시는 7월 말로, 이미 꽃은 모두 지고, 이렇게 씨가 맺힌 홍화가 밭에 한가득이었다.

꽃이 피어있는 홍화를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이 홍화밭 주인은 마침, 홍화를 거두고 있었다. 홍화씨를 털어 팔 거라고 했다.

홍화씨는 기름을 짜서 먹으며, 고혈압, 고지혈증은 물론, 칼슘이 많아 뼈에도 좋아,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그리고 우리가 머물던 그 다음날은 동네 남성들이 몇 명 모여, 탈곡기에 넣고 홍화씨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산골짜기 마을에 새로운 경제 수단으로 홍화씨가 이익을 주었길 바란다.

올해도 심었을까?

우리나라에서 홍화는 예로부터 염색재료로 유명한 재료였다.

특히, 빨간색을 얻을 수 있는 염료로 매우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나도 천연염색을 배울 때, 홍화염색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한 걸 가지고 우리는 물만 적셔보는 정도였지만, 홍화염색을 체험해 본 것은 좋았다. 

모시와 명주를 가지고 한 차례 염색에서 얻은 색깔은 위와 같았는데, 계속 여러번 거듭할수록 짙은 빨간색이 된다고 한다.

홍화염색은 삭혀서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초가을이나 이른봄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 삭혀서 염색을 하는데, 더울 때는 열흘, 쌀쌀할 때는 보름간 발효를 시킨다.

홍화에는 수용성인 노란색과 불용성인 빨간색 색소가 담겨있는데, 우리가 염색에 쓰는 색소는 이 불용성 빨간색 염료이다.

홍화염색은 '개오기'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오미자물과 잿물을 이용해 물들인 천에서 노란색을 빼내고 붉은 색만 남게 하는 작업을 한다.

개오기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선생님이 준배해주신 재료와 지도에 따라 그저 따라만 했을 뿐이데, 홍화염색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했다.ㅋㅋ

물론, 오늘날은 홍화를 구하기도 힘들고, 오미자는 너무 비싸고 잿물은 준비하기조차 힘드니, 사실 홍화염색은 이렇게 체험학습으로나 할 수 있는 염색이다.

게다가 홍화로 염색한 천은 견뢰도가 무척 낮다는 것이 선생님 말씀이다.

세탁은 물론, 햇빛에도 물이 정말 잘 빠진다고 한다.

스크랩을 해놓은 재료들 중에서도 풀에 유일하게 색이 발한 것은 홍화염색 천이었다.

견뢰도가 낮다는 말에 홍화물을 들인 천들은 다른 걸 만들지도 못한 채 옷장속에 쳐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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