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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풍경에 얽힌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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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은 프랑스의 <자연의 발견>(Découverte de la nature)라는 자연친화적인 물건들을 판매하는 상점의 물건이다.

나무 질감도 좋고, 무엇보다 풍경소리가 너무 좋다.

현관문에 걸어놓고 사용한지도 10년이 넘었다.

이건 프랑스 유학시절 기숙사에서 생활했을 때, 함께 살았던 '피에르'라는 프랑스 친구가 준 것이다.

그는 중년의 이혼 남성이었다. 그는 혼자서 학생과 외국인, 젊은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어느날 실직을 한 뒤 더 값 싼 다른 기숙사로 이사를 갔다.


피에르는 내게 이 풍경을 내밀며,  "네가 많이 생각날 것 같다!"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것이 10여년 전이고, 피에르가 기숙사를 떠난 것만도 그로부터 수년 전의 일이니, 십수년이 더 지난 일이다.

그가 나에게 이런 선물을 준 것은 순전히 실직을 하고 좌절해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내가 그에게 보인 작은 친절 때문이었다.


친하게 지냈던 기숙사 친구들은 피에르가 술잔을 기울이며 늦은 저녁까지 식당에 있는 날들이 계속되자, 모두 말도 걸지 않고 "알콜중독자다!"하며, 눈에 띄게 피하기 시작했다.

피에르가 알콜중독자라면, 한국 남자 중에 알콜 중독자가 아닌 사람이 있을까?

피에르 정도로 술을 마시는 사람을 일상적으로 수없이 보아왔던 나는 그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도리어,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늦은 저녁 식당에서 그와 마주쳤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내가 물었다.

"피에르! 너는 대체 식사는 하고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는 거니?"

그는 허허 웃으며, 먹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나에게는 마침, 저녁에 먹고 다음날 아침에 먹으려고 도시락에 챙겨 놓은 김밥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김밥 이야기를 하면서, 이거라도 먹고 술을 마시라고 김밥 도시락을 쥐어주고 돌아왔다. 

그는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날 내가 보인 친절이 무척 고마웠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떠났다.

피에르는 그 뒤, 다시 직장을 구했을까? 구했겠지...

무엇보다 그가 지금은 직업도, 행복도 다시 찾았길 바란다. 

그도 나이가 아주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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