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절, 할로윈이 코 앞에 다가왔다.
특별히 할로윈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꼭 호박등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서양 동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속을 판 늙은 호박에 등불을 밝혀놓은 모습이 너무 멋져보여, 꼭 한번만이라도 호박등불을 밝혀보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 전 만성절에는 예술가인 팀탐님을 시켜서 호박을 파고 조각까지 하게 했다.
위 사진은 손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조각하고 있는 팀탐님의 모습!
옆에 연필과 지우개가 보인다.
주변에서 꼼꼼하고 섬세하기로 유명한 팀탐님은 그 명성답게 완벽하게 작업을 해나갔다.
그날 팀탐님은 호박을 조각하고 숟가락으로 속을 파면서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ㅠㅠ
그렇게 해서 완성된 모습은 이랬다.
너무 완벽한 조각이다!
거기에 초불을 들여놓으니......
우와~ 너무 멋지다.
내 오랜 소원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게다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너무 아름다운 호박등불이다.
그래서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이렇게 불을 밝힐 작정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계속 만들고, 해마다 만들자고, 들뜬 나는 팀탐님과 하늘풀님에게 졸랐더랬다.
그런데....
채 이틀도 안되어 호박이 쭈굴쭈굴~
그러다 급기야 호박 안에 곰팡이가 피고....ㅠㅠ
일주일은 커녕, 채 이틀도 안되어 호박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던져졌다.
실망감에 다시는 호박등불을 만들지 않기로 했지만, 이 아름다운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날 호박 스프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지나니, 그 실망감조차 가물가물 잊는 것 같다.
베란다에 늙은 호박이 한 덩어리 있는데...
올 만성절엔 호박등불을 만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