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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약수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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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불볕으로 뜨겁던 여름이 지나, 요즘처럼 날이 좋은 가을 오후에는

동네 관악산에 있는 약수터를 가는 것은 요즘 내가 특히 즐겁게 하는 새로운 일이다.

책상 맡에 앉아 종일을 보낸 날은 날대로,

빈둥거리며 침대를 떠나지 못한 날은 또 그런 이유로 훌쩍 배낭을 메고 산으로 향한다.

 

손수 가꾸신 잘 다듬은 야채들을 소쿠리에 담아 팔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을 지나

도랑도랑 물이 흐르는지금은 가을걷이가 한창인 채소밭을 지나면 산길이 시작된다.

지난 봄에는 그곳에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아기자기 정겹던 산길은 한여름이 되어선 초록으로 우거져 음산한 느낌마저 준다.

단풍이 짙어가는 볕 좋은 산허리를 돌아, 숨이 차오를 때 쯤이면 약수터다.

약수터...

옛날 결혼시절잠시 살았던 곳은 수락산의 한 끝자락이었다.

그곳 약수터를 찾는또 산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도

왜 한 번도 그곳에 가보려하지 않았던 걸까?

그때 그곳을 가보았었더라면그렇게 외롭지 않았을 텐데...

아니너무 외로웠기 때문에 그곳에 가 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호기심이란 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드는 법이니까...ㅠㅠ

아무튼한번씩은 돗자리라도 펴고 

그곳에서 아이와 오후를 보냈어도 좋았을 걸...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산행은 내 인생의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좋다.

약수터 바로 옆에 놓여 있는 대야에 물을 받아 세수도 하고,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기도 한다.

 

나는 지금 산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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