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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아침마다 우유를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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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아침마다 우유를 줄거다!”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인가? 어느날 등교를 서두르며 아침을 먹는데,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저 우유를 배달시키려나보다생각하고

더 묻지도 않고 학교에 가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날 하교길동네 입구에서 엄마와 막닦뜨렸는데

엄마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염소 한 마리를 끌고오고 계셨다.

 

우리는 그렇게 아침마다 우유, 아니 염소젖을 먹었다.

잠이 덜 깨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으로 염소젖 짜는 엄마를 도와

염소의 뒷다리를 잡아 주기도 하고다리는 엄마에게 잡게 하고

배운 대로 염소젖을 짜보기도 했다.

 

매일 아침마다 작은 양푼에 가득 젖을 짰었는데,

그것은 우리 다섯 남매가 한 컵씩 마시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그러나 염소젖을 먹은 것은 별로 오랜 기간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얼마 안돼 염소가 새끼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새끼 염소들을 보는 것은 아침마다 우유를 먹는 것보다

우리들을 더 즐겁게 했다.

 

어린 새끼 염소들은 너무 귀여웠고그들에게 부드러운 풀을 먹이는 것도 즐거웠다.

이 새끼염소들이 펄쩍펄쩍 뛰어다니며뜰을 휘저어 놓을 만큼 컸을 때

엄마는 더 감당 못하시고 그들 모두를 처분하셨다.

 

물론, 우리는 아침마다 우유는 더 이상 먹지 못했다.

그것은 딱 한 철 동안의 일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간혹 눈을 반짝이시며, 무언가 궁리하는 듯한 어머니의 모습을 뵐 때면

벌써 가슴부터 콩캉콩캉 뛰기 시작한다.

엄마가 또 무슨 일을 벌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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