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만난 아이들 3. 너 시계 볼 줄은 알아?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해외여행


 

-쥴리엣 이야기

 

잠자기 싫어 펄쩍거리며 뛰어 다니는 에띠엔느와 뤼시에게, 이제 그만 얌전히 잠을 자라고 윽박을 지르기도 하고

동화를 들려주며 달래서 겨우 잠자리에 들게 했다고 해서 아이들 재우는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집 첫째 딸인 쥴리엣은 만으로 10살이나 되었지만하는 짓은 여전히 어린 아이이다.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해 모두들 다 잠들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똑똑-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난다.

쥴리엣이다.

나는 문을 열고,

무슨 일이니?”하고 물으면

잠잘 때면 꼭 옆에 있어야 하는 그녀의 파란 빌로드 치마를 들고 잔뜩 불쌍해 보이는 표정과 목소리로 늘 이렇게 말한다.

잠이 안 와서......”

 

내가 이 집으로 이사왔을 때 쥴리엣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어느날, 쥴리엣은 내게 너 색깔에 대해 알아?”라고 묻길래,

천연덕스럽게 몰라!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상냥하게 갖가지 물건들을 찾아와 내게 색깔을 가르쳐 주었다.

그 다음날 우연히 다시 만난 쥴리엣은 나를 보자마자 어제 배운 것을 복습하겠단다.

척척 대답하는 나를 보며,

너, 정말 똑똑하구나!”하면서

자기 학생이 배운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을 매우 흐뭇해했다.

 

복습이 다 끝나고 쥴리엣은 내게 물었다.

그럼, 너 시계는 볼 줄 알아?”

불어로 시계보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지 잘 아는 터라, 나는 그녀에게 잡혀 그것을 다시 배우고 싶지 않아,

, 시계는 볼 줄 알아.”라고 대답했다.

쥴리엣은 색깔도 모른다던 애가 어떻게 시계를 볼 줄 안다는지 놀라운 듯,

어디서 배웠어?”하고 묻는다.

나도 학교에서 배웠지.”

옆에서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녀의 엄마와 나는 눈을 마주춰가며 웃었고,

그날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걸 실패한 쥴리엣은 내게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들을 즐겁게 가르쳐 주었다.

 

그 후로 만날 때마다

시간이 없다고, 다른 책도 읽을 것이 너무 많다고 극구 사양하는 내게 

너무 재미있는 이것들을 제발 꼭 봐 달라고 조르기까지 하면서 책들이나 비데오 테잎을 빌려준다.

물론, 그녀 덕분에 나는 피노키오와 인어공주 2탄을 비데오로 보았지만,

더 많이는 가지고 있다가 그냥 돌려주었다.

지금도 우리 집에는 그녀가 빌려준 헤리포터4권이나 있다.

그것을 언제 다 읽고 돌려 줄지는 모를 일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잠든지 30분이 지났는데도 쥴리엣의 기척이 들리지 않는다.

오늘밤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오지 않고 그냥 지나려나......


* 이 글은 2002년 프랑스에서 공부를 할 당시에 쓴 글이다. 이런 쥴리엣을 다시 만난 건 꼭 10년만이었고,

그녀는 어렸을 때의 짓궂고 개구진 표정을 그대로 간직한 귀여운 숙녀가 되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쥴리엣은 내게 친구같이 군다. 요즘은 그런 쥴리엣이 정말 친구같다.


아래는 내가 못보았을 청소년 때의 쥴리엣!  

 


이 사진들은 요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