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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몽쁠리에 '코메디 광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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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옛날에 산 엽서이다. 여기에 보이는 분수대는 지금은 없다내가 떠나온 이후이곳은 전차길이 되었다.>


내가 '몽쁠리에'라는 남불의 한 도시에 도착한 것은 십여년 전 유월이었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한국 유학생들은 더 만나기 힘든

그 유월에 유학길을 나선 건 너무나 하찮은 이유였지만,

덕분에 서툰 프랑스어만 버벅이며한국말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꼬박 3개월을 보냈다.

 

몽쁠리에 '코메디 광장'이라 불리는 광장엔 햇볕이 장관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언덕 길을 따라 숨이 차다 싶을 만큼 올라오면

넓고 확 트인 시야로 광장이 눈앞에 드러나는데,

그곳이 바로 이 도시의 가장 중심인 '코메디 광장'이다.

특히, 광장 양옆으로 넓게 펼쳐진 '까페테라스'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커피를 마시며 햇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

도서관을 가기 위해 광장을 가로지를 때면

놀러가고 싶은 마음보다 외로움이 밀려와 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특히, 토요일 시립 도서관을 가기 위해 광장을 지날 때면,

등에 멘 배낭을 팽개치고 바다로라도 달려가야 할 것 같은 충동으로 괴로워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 비가 늘 내리고 날씨도 춥다는 프랑스 북부로

어학연수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아 떠나게 되었을 때,

친구들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춤이라도 추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처럼 내게 '남불의 찬란한 햇볕이 사람을 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가슴 깊이 깨닫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코메디 광장'이다.

 

하지만, 세월이 한참, 이렇게 흘러

아침 창으로 맑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날이면, 나는 늘 이 광장을 떠올린다.

뭉떵뭉떵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외로움으로 그 광장을 가로지르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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