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하이델베르그(Heidelberg)를 방문한 날은 오늘처럼 함박눈이 오전부터 온종일 내리던 한겨울이었다.
위 사진은 유명한 하이델베르그성을 구경하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한참 동안 올라가 성벽 철문 틈 사이로 보이던 하이델베르그 시내 풍경이다. 눈에 덮혀 온통 하얗다. 그저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마인강만이 도도하게 흐를 뿐이었다.
눈이 엄청 쏟아지는 추운 겨울인데도 하이델베르그 시내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성을 구경온 사람들도 이렇게 많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서는 줄까지 서야 했는데, 나도 그들 뒤에 줄을 섰다.
노란우산에 한국에서 가지고 온 일회용 노란비옷을 입은 사람이 나다. 당시에 동생이 챙겨준 행사에 쓰이는 일회용 비옷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요긴하게 잘 썼다.
성안 풍경이다.
성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아름다운 조각들로 장식된 화려한 석조 건물이 눈앞에 떠억 나타났다.
성 안의 주요 부속 건물들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어서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건물 안을 둘러 볼 수 있다.
올려다 본 성의 한 건물이 눈발과 함께 비장미를 느끼게 했다.
매우 육중한 고전주의적인 느낌의 건물이다.
그러나 하이델베르그성은 전체가 복원되어 있지는 않았다.
뜰을 벗어나면 이렇듯 허물어진 채 방치되어 있는 건물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군데군데 복원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하이델베르그성은 빨간돌이 가장 인상적이다.
빨간벽돌이 아니라 거대한 돌덩어리들을 착착 쌓아서 지은 석조건물들인데, 모두 빨갛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많이 본 붉은 편암과는 다른, 더 단단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빨간색 돌! 이 돌의 정체가 궁금하다.
나는 인적이 뜸한 성의 뒷쪽까지 둘러보았다.
붉은 돌이 더 매력적으로 표현된 건물들과 붉은 색 성벽이 하얀 눈 속에서 오롯이 빛났다.
눈으로 덮히지 않은, 평범한 하이델베르그의 빨간 풍경은 바로 이런 돌로 지은 건물들에서 기인하는 듯 했다.
눈이 쉬이 멈출 기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