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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빗자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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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우리 동네 오솔길에서 찍은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은 종종 이렇게 빗자루와 낙엽을 담은 자루를 길 한켠에 그냥 놓아 두고 떠나시곤 한다.

이 빗자루는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본 것이다.

우리 아파트 역시 아저씨들이 비질을 하시고는 종종 아무 데나 던져 놓으신다.

이 빗자루는 이웃 아파트 단지에서 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빗자루를 아무 데나 던져 놓는 건 흔한 일인 것 같다.

이렇게 아무 데나 던져놔도 탐을 내거나 흠쳐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겠지.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빗자루로 쓸 땅이 어디 한 군데도 없다.

대부분 아파트 주민이다보니, 이런 빗자루로 쓸 마당도 없는 사람들뿐이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 빗자루는 대나무로 만든 것이다.

사진속 빗자루는 모두 대나무의 잔가지를 철사로 꽁꽁 묶어서 만든 것이다.

내 생각에 이 빗자루는 모두 중국에서 만든 것 같다.

중국의 대나무들이 이렇게 값싼 빗자루가 되어서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을 터였다.

나는 이런 빗자루를 볼 때마다 중국의 대나무 숲이 항상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옛날 우리나라에서 마당을 쓸 때 주로 썼던 싸리비 생각을 하는 것도 이럴 때이다.

요즘은 싸리비를 본 적이 없다.

흔했던 싸리비는 중국의 대나무 빗자루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 사진은 우리 동네 관악산 자락에서 찍은 싸리이다.

싸리는 옛날에 빗자루를 만들던 재료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에는 잘 묶은 싸리비가 하나 이상은 꼭 있었다.

그것으로 마당을 쓸었다. 

나는 관악산에서 싸리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야무지게 묶은 싸리비를 생각한다.

도시에서는 싸리비를 팔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항상 아버지께서 뒷산에서 싸리가지를 잘라다가 빗자루를 만드셨다.

야트막한 산자락에는 싸리가 흔했다.

지금도 우리 동네 관악산 자락에는 싸리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이제, 대나무 빗자루에 밀려 싸리비는 옛날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세월과 함께, 자본과 함께 우리의 빗자루가 변하고 문화가 변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화단에 던져져 있는 빗자루를 보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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