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단독주택 뒤뜰에 식탁을 갖춰놓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게다가 내가 얼마간 살았던 브르타뉴 지방은 비가 자주 내리는 만큼, 날씨에 상관 없이 원할 때면 언제나 테라스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라스에 유리 시설까지 갖춘 집들까지 존재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단독가옥뿐만 아니라 아파트조차 발코니에 식탁을 차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처럼 단독주택이 점점 줄고 그 자리를 아파트가 채워지고 있는 만큼, 식사를 할 수 있는 뜰을 갖는다는 게 건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아쉬운 대로 아파트 베란다에서라도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실내에 시설을 잘 갖춘 식탁을 놔두고, 밖에서 그것도 베란다에서 식사하는 풍경은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모습이다.
해가 뉘엇뉘엇 지는 저녁 산책길에 아파트 발코니에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또 우리 아파트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좁고 어두운 발코니에 모두 옹기종기 모여 늦은 밤까지 식사를 즐기는 이웃을 보기도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브르타뉴도 북부 프랑스처럼 비가 자주 오고, 날씨가 추워서 발코니나 뒤뜰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테지만, 조금이라도 햇볕이 좋으면 밖에서 식사를 하려고 애쓴다.
내가 그곳에 살 때도 궂은 날이 계속 되다가 갑자기 해가 반짝 나면, 창가로 식탁을 끌고 가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햇볕이 눈부신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곤 했다.
평수가 작은 우리 아파트는 한 뼘도 안되는 발코니가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발코니에 나가 식사를 할 수는 없고, 그저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밖에서 식사하는 느낌만 즐길 뿐이었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프랑스 사람들이 왜 이토록 밖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물론, 한국에서라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밥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름에는 너무 뜨겁고 겨울에는 너무 추우니, 식사 장소로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맑은 날을 즐기며 밥을 먹을 수 있는, 뜰이 있는 집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뜰이 있는 집에 사는 걸 꿈꾼다.
한국에서 뜰이 있는 집을 갖는다는 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더 하기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이루기 힘든 소원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건 소원이 아니라 기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