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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인사동 골목길, 추억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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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길 위에서 내려다본 인사동 풍경이다.

평일 오전인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인사동이 그 사이 얼마나 변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은 꼭 이곳에서만은 아니다.

거리의 상점도, 상점 건물도, 방문객들조차 모두 너~무 많이 변했다.


요즘 인사동에 가면, 상점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지는 않는다.

눈길을 멈추지 않고 지나면서 꼭 가야 할 곳만 들르는 식으로 매번 이 골목길을 오갈 뿐이다.

옛날 정취있는 인사동 길을 추억한다는 건 순진한 일이다. 



옛날 젊은 시절, 이곳에는 주욱 늘어선 화방들 사이로 몇 개의 공방이 있었을 뿐이다.

군데군데 있었던 화랑에서 젊은 화가들의 작품을 구경하는 건 아주 즐거웠다.

한 공방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는 옥가락지 한 쌍 중, 주인을 졸라 하나만 산 것은 순전히 돈이 없어서였다.

그 옥반지는 아직도 여름에 멋을 낼 때면 꼭 차고 나간다.

또 어느 공방에서 알록달록 곱게 물들인 수직 면실을 뭉치 째 사와, 선물을 포장하거나 재미난 걸 만들 때마다 쓰기도 했다.

하도 아껴가며 써서 아직도 조금 남아 있다. 

도두 옛날 인사동의 추억들이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 왜 우산까지 받쳐들고 혼자 이곳에 갔는지는 지금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시절, 내게는 바람 쐬러 훌쩍 나가면 참 좋았던 곳이 인사동이었다. 

당시의 풍취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그저 외국인 관광객들과 그들의 발길을 끄는 조잡한 기념품 가게들로 가득할 뿐이다.

그러나 시절이 변한 걸 아쉬워 할 이유는 없다.

옛날과 비교해 훨씬 수입이 많을 테니, 이곳 상인들에게는 더 좋아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물길...

인사동 골목길에 이렇게 멋진 물길이 흐르고 있는 걸 그 사이 눈여겨보지 못했다.

졸졸졸 흐르는 물길이 복잡한 골목길에 숨을 트이게 하는 느낌이다.

인사동에 변한 것이 있어서 좋다면, 이 물길이다.

다음에는 인사동에서 현재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봐야겠다.

그러면서 추억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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