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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여행중 메모

프랑스에서는 빨래를 밖에 널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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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주머니가 오늘은 이불빨래를 하셨네!”

아침에 일어나 거실의 덧창을 거두며, 창을 가로질러 보이는 맞은 편 아파트 베란다 빨래줄에 넓게 걸려 있는 큰 이불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길 건너편 아파트의 1층에 사는 한 아랍 여성은 빨래를 정말 부지런히 한다. 

이불은 물론, 카페트나 현관 깔개 등도 심심치 않게 널려 있곤 한다. 

이런 것들은 이곳 백인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불을 빠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이불보를 씌우고, 다시 그 사이에 침대보를 넣어 사용하면서, 침대보와 이불보만 빠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 역시 이런 식으로 이불을 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빨래 습관이 매우 흥미로웠다. 


하기 힘든 이런 빨래들까지 부지런히 하는 사람인 만큼, 옷들은 수시로 널려 있다. 

'부지런히 빨래를 한다'는 느낌을 거둘 수 없는 만큼, 그 집 옆을 지나다가 간혹 눈이 마주치게 되는 그녀는 매우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그녀의 집 바깥 베란다에 빨래가 널려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바람이 부는 날에도 심심치 않게 비를 맞고 있는 빨래를 볼 수도 있다. 

내가 그녀의 사정을 이렇게 잘 아는 건 바로 우리 창문으로 그녀의 베란다가 훤히 건너다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렇게 옥외에 빨래를 너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물론, 마당이 있는 집은 마당에 빨래 건조대를 내놓기도 하지만, 아파트의 베란다에 빨래를 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프랑스 남부의 건물은 모두 빨간 지붕에 아이보리색으로 벽을 칠해야 하는 것도 의무 사항이다. 

둘 다 풍경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하니, 관광을 중시하는 나라답다.  


세탁기 없이 생활하는 난 손 빨래를 해서 욕실 건조대에 물을 빼 실내에 널고, 간혹 햇볕이 너무 좋은 날은 작은 건조대를 창문에 바싹 붙여, 양말이나 수건 정도만 햇볕에 말리는 형편이다 보니, 나는 그 아주머니의 담대함이 부럽기조차 하다. 


실제로 중동 지방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아파트에서는 옥외에 빨래를 널어 놓은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아랍인들은 한국사람들처럼 햇볕에 빨래를 바싹 말리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백인들은 법으로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옥외에 빨래를 과감히 너는 아랍인들에게 질색하지만, 나는 주택가 골목길 곳곳에 빨래가 널려있는 풍경에서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바로 이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이처럼 강렬하게 주는 건 없기 때문이다. 

  


남부 프랑스 세트 시내 한 아랍인의 가정집 풍경!

이 골목에는 이 집처럼 창밖에서 빨래를 말리는 집들이 정말 많았다.



렌의 클뢰네 우리 마을, 뒤뜰에 빨래를 넌 한 가정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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