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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해외여행

현대인과 함께 살아있는 프랑스의 역사적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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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렌(Rennes)에서 지냈던 2년 내내, 생딴느(Sainte-Anne)광장에 있었던 ‘자코뱅 수녀원’(couvent des Jacobins)은 유적발굴과 재건축이 진행중이었다. 이 계획이 끝나면, 수녀원 건물은 브르타뉴 지방 의회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게다가 자코뱅 수녀원의 이번 유적발굴 과정에서는 고대 로마시대 유적까지 출토되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데, 이곳의 유적발굴은 시민들에게 공개하면서 진행되지는 않지만, 그 사이 발견된 유적들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 발굴현장을 둘러싼 보호막에는 이 건물의 역사적 가치와 발굴계획과 출토된 유적들까지 인쇄되어 지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실제로 프랑스를 여행하다가 나는 과거 성이나 수도원이었던 곳들을 그저 유적지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잘 고쳐서 공공기관으로 활용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비트레(Vitré)의 성은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고, 라니옹(Lannion)의 유명한 ‘쌀 데 위르쉴린’(Salle des Ursulines)이라는 곳은 시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인데, 이곳은 17세기에는 위르쉴린(Ursuline) 수녀원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이런 장소 중 어떤 데는 옛날 그대로의 외형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곳은 과거 웅장한 석조 건물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곁들여 고친 곳도 있다. 깽뻬르(Quimper)에 있는 ‘미디어 도서관’(Médiathèque)역시 과거에 위르쉴린 수녀원이었던 건물을 고쳐 사용하고 있는데, 앞면에 넓게 유리를 덧대 테라스를 꾸며 놓기도 했다. 



깽뻬르(Quimper) ‘미디어 도서관’(Médiathèque)



나는 이런 식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해 세련되게 고쳐진 건물들이 아름다운 데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 공간으로 가치있게 쓰이는 것에 무엇보다 많은 감동을 받았다. 관광객들이나 드나드는 구경거리로 머물 수도 있었을 곳에 여전히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그저 과거로 끝났을 역사 유적들이 현재로 이어져, 계속 역사를 만들고 있는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삶의 공간도 이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과거의 것들은 늘 후지고 낡은 것으로 여겨, 기회만 있으면 흔적도 없이 싹 쓸어버리고 빌딩이나 초현대식 건물로 새로 짓는 걸 마치 세련된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럴까?’  하는 질문을 이런 건물들 앞에서 하게 된다. 당시, 렌에서 복원공사가 한창인 브르타뉴 지방 의회로 쓰일 자코뱅 수녀원도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탈바꿈될지 기대가 크다. 그렇게 그들의 역사가, 삶이 이어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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