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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산속에서는 날이 맑다.산 속, 아카시 나무들 밑에 앉아 오랫동안 풀냄새를 맡았다.어느 새 아카시 꽃들은 모두 떨어져 벤치 위를 어지럽혀 놓았는데,어디선가 아카시 꽃 향기가 난다 했더니, 근처 키큰 쥐똥나무에 꽃들이 한창이다.그 달콤한 향기에 이끌린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모으고 있었다. 산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온갖 소리가 들린다.뻐꾸기, 까마귀, 산비둘기,또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새들의 울음 소리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치며 내는 사그락 사그락 거리는 소리 그 바람 속에서 가만히 앉아 조용히 귀기울이면더 많은 소리들이 들린다. 종아리까지 웃자란 풀들이 은빛으로 빛나며 내는 고요한 출렁임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의 반짝거림짙어가는 잎들이 내는 초록의 눈부심 산 속에선 늘 이렇듯 미세한 움직임조차가슴을 일.. 더보기
산길을 걸으며 날이 참 맑다.오늘 아침에는 물병을 몇 개 짊어지고 약수터를 찾았다.수술 후, 계속 하나밖에 지지 못했는데,오늘은 용기를 내어 두 개를 배낭에 담았고그것을 지고 내려오는 것도 힘들지는 않았다. 어느새 산 속은 가을 단풍으로 여기 저기 울긋불긋하다. 노랗게 물든 칡잎들을 보면서함께 간 친구에게"가을 칡도 이제 염색은 끝이다.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꼭두서니도 이제 곧 못할텐데..." 하고 말했더니,"내년에 해, 일 벌이지 말고 모두 내년에 해!"라고금방이라도 내가 염색을 할 기세로 보였는지, 말리듯 대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친구를 앞세워지난 초여름에는 '애기똥풀'을 땄고,가을에는 '맥문동 열매'를 땄었다.그녀는 은근히 내가 또 산속을 헤집으며 염색재료를 거둬들일까봐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빈 가.. 더보기
솔밭에 누워 장마가 물러난 뒤 딱 두번 아침에 산행을 했다. 잣나무 숲에 돗자리를 펴고침엽수림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을바라보며 누워 심호흡을 크게 했다.솔향기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면서그렇게 누워서 한참을 있다가나도 모르게 스스르 잠이 들었다. 별일이 없는 한,아침 식사를 마친뒤에는 항상산에 갈 계획을 세웠다. 자리를 펴고 누워도 있고,책도 읽고,또 글도 쓸 거라고,그러다 졸리면 잠을 자도 좋겠지... 산의 치유능력을 믿으며산 속에 몸을 맞긴다. 더보기
운동을 시작했다 병원에서 나눠준 간단한 운동이 소개된 자료를 가지고 어제는 운동을 시작했다.팔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살짝살짝 30분간을 겨우 하고는 "유방암을 이기는 운동요법 30분"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은 최소 6주가 지나야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소개되어 있어, 어제는 그것을 좀 읽어보기로 했다.우선 여러가지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방법들을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그것을 다시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지만, 다시 꼼꼼하게 읽어본 것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선 나는 내가 '유방재생수술'을 받지 않겠다는 선택이 얼마나 잘한 것인지 그 책을 보면서 알았다.다른 부위에서 조직을 떼어내 인공적으로 가슴을 만들면서 그 떼어낸 부위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과 고통이 있게 마련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 책을 보면서야 깨달았다... 더보기
암 수술을 받고 나서 유방암과 갑상선 암 선고를 받고수술을 받은지 꼭 한 달이 되었다.수술한 상처들이 아물고, 딱지가 앉고또 그것들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 처음 "암입니다"라는 진단을 받고잠시 어찔했었다.언젠가는 모두 죽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내 죽음'에 대해 고민해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이렇게 병에 걸리고 나서야죽음에 대해 생각한다.하지만 아무리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를 써도지금,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그래서 수술을 받고도 열심히살기 위해재발을 막기 위해최선을 다해 노력할 거다. 주변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말한다.가계에 암유전자도 없고, 낙천적인 네가,왜 암에 걸렸는지 알았어!그건,네가 매일 밤을 새서야,너무 인스턴트 음식과 외식을 좋아해서야,아침마다 빵과 버터를 먹어서야,아마도 10여년 전의 .. 더보기
물항아리 사진 속 항아리는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두 명의 친구로부터 받은 물독이다. 그 친구들은 내게 물독 두 개를 주면서, 항아리는 염소를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이 독에 물을 담아 3일이 지나면 쓰라고 일부러 강화도까지 가서 사온 거라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이 항아리들에 물을 채워,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다. 차를 마실 때나 밥을 지을 때, 요리를 할 때, 쓰는 물은 모두 이 독에서 퍼 쓴다. 요리를 할 때마다 그녀들이 생각난다. 내가 점점 건강을 되찾고 있는 건 이 항아리의 물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녀들의 정성 때문이라고, 나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그녀들의 마음 덕분에 점점 건강해지는 거라고, 항아리에서 물을 풀 때마다 생각한다. 물독 위의 개구리들은 '물독 지킴이'다. 이 개구리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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