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 동네에 있는 관악산을 다녀왔다.
그저 야트막한 산마루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수준의 산행이지만, 마음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산이 있는 환경이 좋다.
평년에 비해, 올봄에는 좀더 산에 자주 가고 있다.
평소 이맘때에는 황사도 불고 날씨도 변덕스러워 더 산에 못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은 꽃들이 피어있는 산자락의 낯선 풍경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개한 봄꽃 틈을 걷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마침, 관악산에는 진달래들이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싶었는데, 몇 발작 띄지 않아 활짝 피어있는 진달래들을 보았다.
진달래가 활짝 핀 것을 보니, 봄이 완연하다는 느낌이다.
더이상 봄이 물러나지 않겠다.
그날, 햇볕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산자락에는 어느 때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데서 소풍나온 꼬마들이 정말 많았다.
볕이 좋은 날은 특히 관악산으로 소풍나온 어린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오늘은 특히 많다.
꽃이 활짝 핀 산수유나무 아래서 아이들은 선생님을 졸라 산수유 꽃송이를 얻어 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나씩만이다! 꽃들이 아야해~" 하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꽃송이를 쥐어주었다.
그중 한 선생님은 아이 돌보는 데 너무 열심인 나머지, 엉덩이가 훤하게 드러난 사실도 모른 채 계셨다.
민망스러운 부분을 리본을 살짝 감춰드렸다.
건너편에서는 다른반 아이들이 땅바닥에 철썩 주저앉아 흙장난을 하고 있다.
흙을 가지고 뭘하며 노는지 살짝 궁금한 생각이 들었지만, 줌만 조금 당겨서 흙장난에 열중하는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돋아나는 어린잎과 새싹들이 아이들을 닮았다.
재잘거리는 어린이들을 보니, 진짜 봄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