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차 만들기

찌꺼의 부엌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겨우살이를 발견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농촌은 물론, 도시의 산책로, 철길가, 등등, 겨우살이가 방울방울 매달려 있는 나무들이 정말 많다.

나는 이 풍경을 보면서 '프랑스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먹지 않나?' 의아하게 생각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겨우살이는 항암에 매우 효능있는 식품으로 유명하고, 가격도 엄청 비싸다는 걸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저런 것이 남아 있을 턱이 없을 거라고 혼자 중얼거렸는데...

알고 보니, 유럽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겨우살이는 만병통치약으로 정평이 높은 약재였다.

특히, 참나무에서 자란 겨우살이는 무척 훌륭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자유롭게 자라도록 방치되어 있는 겨우살이는 모두 먹을 수 없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나무나 겨우살이는 모두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한번은 산책길에 손에 닿을 높이에 자라고 있던 미류나무에 매달린 겨우살이를 한웅큼 따와, 지인으로부터 배운 대로 말리고 덕어서 차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이걸 나는 맛도 보지 않고 하늘풀님에게 한잔 차를 만들어 주었다.

주는 대로 겁없이 한 모금 마신 하늘풀님은 바로, "우와~ 목이 너무 따가워!!"

"헐! @@ 다~ 버려야겠네!"

그 덕분에 나는 맛도 보지 않고 만든 차를 모두 버린 것이 첫 번째 '겨우살이차 만들기' 도전이었다.

첫번 도전은 이렇게 실패했다.

결국, 본의아니게 하늘풀님을 실험쥐로 삼은 꼴이 되었다.ㅋㅋ

그래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먹을 수 없는 나무의 겨우살이는 채취해서는 안 된다!'

(우웽~ 다른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가?)


나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주위를 기웃거렸다.

그랬더니, 정말 먹을 수 있는 나무에는 겨우살이가 하나도 없다.ㅠㅠ

당연히 참나무에는 싹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차에 대해 조예가 엄청 깊으신 한 지인은 기회가 있다면, 뽕나무에 매달린 겨우살이를 구하라고 일러주셨다.

뽕나무 겨우살이가 최고라고!


그러나 뽕나무들에도 겨우살이는 없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사과나무에 매달린 겨우살이!

사과나무?

괜찮지 않을까?



이 나무가 내가 두 번째로 채취한 겨우살이가 매달려 있던 나무다.

자주 산책삼아 다녔던 아삐네 호수 근처, 한 오래된 농장 뜰에 있는 사과나무로, 겨우살이를 발견했을 때는 너무 반가워 사진찍는 걸 잊고 한참 뒤에야 기념촬영을 했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꽤 양이 되었다.

나는 배운대로 잘게 손가락 마디만하게 잘라, 잘 말렸다.

그리고 바닥이 두꺼운 솥에 넣고 아주 낮은 불에 살짝 덕었다.



첫 번 도전에 식겁한 하늘풀님은 이번에는 맛보는 걸 거부했다.

나 혼자 용기를 내어 마셨는데...

맛이 괜찮다!ㅎㅎ

이번에는 성공적이다.

내가 평소에 마시는 겨우살이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나는 이때 만든 겨우살이차를 프랑스에서 계속 마시다가 돌아올 때도 가지고 와서 더 마시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입에도 대지 않던 하늘풀님은 요즘은 잘 마신다.

사실, 내가 기존에 우리집에 있는 겨우살이차와 한 데 섞어놔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탓도 있다.ㅋㅋ

내 인생에 겨우살이차를 만들어 본 건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