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이 해진 털장갑 고치기

재활용 아이디어



이 장갑은 원래부터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10여년 전 프랑스 유학생활을 할 때, 티벳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한 인권단체에서 산 장갑이다.
물론, 이건 티벳에서 짠 것이다.
색깔도 예쁘고 게다가 따뜻해 아주 잘 쓰다가 손가락 끝이 헤어지기 시작해, 나는 헤진 손가락 끝의 실을 풀러 이런 반장갑으로 고쳤더랬다.

애초 엄지와 검지만 헤졌는데, 왼손의 손가락들을 다 고치고...
오른 쪽도 장지까지 세 개를 고쳐갈 즈음, 힘이 빠져 나머지 두 손가락을 고치지 않고 남겨 놓았는데, 이렇게 남겨 놓으니 더 따뜻하고 좋았다.
내가 일부러 패션을 생각해 양 쪽을 짝작이로 고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이 장갑 수선은 성공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고쳐서 또 수년을 썼다.
이제는 손가락 끝은 물론, 손바닥부분까지 헤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튼튼한 실로 헤진 부분들을 얼기설기 꿰매 주었다.
그렇게 꿰매서 몇 년을 더 쓰다가 드디어 작년에 더는 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버렸다.

이렇게 기념촬영을 해놔서 정말 다행이다.
뭐든 고쳐가며, 오래 오래 쓰는 건 즐겁다.

특히, 좋아하는 물건은 더 그렇게 오래 오래 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