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장항리 사지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경주를 방문했을 때, 우리를 감은사로 안내한 지인 내외분은 굳이 가는 길에 토함산을 넘는 길을 택하셨다.

그것은 토함산 너머에 있는 '장항리 사지'를 보여주고 싶어서였는데, 

'장항리 사지'는 내게는 생소한 유적지였다.

그저 안내하시는 분들을 따라 한번도 들어본 적없는 유적지를 방문했다.

저~ 언덕 위가 장항리 사지란다.

작은 개울가 찻길에 차를 세워놓고 도랑도랑 흐르는 계곡을 건너 언뎍을 향했다.

조금 가파르다 싶은 계단을 올라, 아주 단촐한 유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 있는 5층 석탑은 보수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신라시대의 5층석탑은 좀 신선한 느낌이다.

신라시대 탑은 3층 석탑이 많은데, 이건 5층석탑이다.

그러고보니, 장항리 사지에 있는 5층 석탑은 석가탑을 닮은 것 같다.

어쩜 비슷한 시기의 탑일 수도 있겠다.



또 그 옆에는 5층석탑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탑의 조각들이 대강 얹어져 있었다.

탑의 기단부에 조각된 부조가 예사롭지 않아보인다.

섬세한 것이 다른 대단한 유적의 조각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솜씨다.


이 탑은 중간중간 지붕을 받쳐주는 탑신들은 모두 사라진 상태로 매우 어색한 모습인데,

이마저도 구석구석이 깨지고 망가진 모습이 처참할 지경이다.




또 근처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돌들은 다 무엇일까?

왜 이렇게 엉망으로 훼손된 유적지는 처음봐서 의아했는데,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일제시대에 도굴꾼들에 의해 이곳 유적들이 폭파를 당했다고 한다.

폭파에 의해 모두 언덕 아래 계곡으로 쳐박혀 있던 유적들을 다시 이곳에 올려 놓은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사실, 우리를 이리로 데려온 이유는 바로 이 사자 조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하신다.

너무 명랑하고 활달해 보이는 사자, 아마도 새끼사자가 아닐까 생각하신다는

전직 역사교사이셨던 지인의 바깥양반은 이 사자의 명랑한 모습 속에서 통일신라 전성기의

생명력 넘치는 정신을 읽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귀여운 표정을 지닌 문화재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사자가 그려진 돌은 불상 받침이다.

이 받침위에 있던 불상의 조각도 역시 폭파과정 속에서 훼손되었는데, 경주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경주박물관엘 꼭 가보고 싶다.


<장항리 유적지와 관련해 한 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계단은 장항이 유적지를 갈 때, 꼭 거쳐야 하는 계단이다.

너무 높고 가파른, 무척 생뚱맞은 계단을 만들어놓았다.

사람들의 인체공학을 생각이나 한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가파르게 만들어 놓았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유적지를 홀대하는 태도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계단이다.

계곡에서 장항리 사지까지 가는 길은 언덕에 그저 약간 구불거리는 둘레길만 놓아도 좋을 것 같은데,

이런 계단은 좀 심하다 싶다.

사람을 생각하는시설과 문화재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만한 유적지 관리가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