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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무 이야기

추억의 '때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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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때죽나무를 찍은 것이다.

옛날, 때죽나무 가지로 개울의 물 속을 쑤시면, 때죽나무에 있는 독성 때문에 잠시 기절한 물고기들이 떼로 떠오른다고 해서 때죽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때죽나무는 농부들이 고랑이나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썼다고 한다.

게다가 때죽나무 가지로 만들었다는 공예품을 본 적이 있는데, 수피가 까맣고 맨들맨들한 때죽나무는 나무가지로 만드는 공예품으로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사진 속 때죽나무는 지난 봄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찍은 것이다.

이 나무는 수년 전 손가락만큼 작은 묘목을 관악산에서 뽑아와 화분에서 키우다가 점점 커지자, 관리소장님께 말씀드리고 아파트 화단에 심은 것이다. 

당시 관리소장님은 직접 자리를 정해주기까지 했고, 햇볕 좋은 그 자리에서 쑥쑥 잘 자랐다.

때죽나무의 성장 속도가 이토록 빠른 줄도 지금까지는 모르고 있던 바다.



우리 키를 훨씬 넘어, 큰 그늘을 드리운 때죽나무 사진을 찍은 건 순전히 꽃이 너무 예뻐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 이상 이 나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봄 이 사진을 찍은 직후, 리 아파트 뜰에 존재했던 여러 화단을 밀어부치고 주차장을 확장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이 나무도 무참히 뽑혀나가고 말았다.ㅠㅠ

지금은 추억의 나무일 뿐이다.

초롱초롱 별처럼 달리는 때죽나무꽃이 활짝 핀 봄이었다.


아무 계획도 모를 때, 내가 이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물론, 내겐 사진도 추억도 남았지만 이 나무는 생명을 잃었다.

세상에서 사라진 슬픈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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