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꽃이 만발한 프랑스 해안 언덕길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이 돌 표지판은 이 일대가 '히드'군락지임을 표시한 것이다.

히드의 프랑스식 이름은 '브뤼이에르'(bruyère)다.

이런 표지석까지 세워놓은 걸 보면, 히드군락은 유럽에서도 흔한 풍경은 아닌가 보았다.

내가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이른봄으로 프랑스의 서북부 해안 언덕에는 그저 풀들만 무성했던 때였다.

나는 히드꽃이 꼭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7월, 브르타뉴의 북쪽 '에메랄드해안'을 다시 갔을 때, 나는 잠시 눈을 의심했다.

해안선을 따라 불쑥 솓아있는 바닷가 언덕에는 처음 보는 보랏빛 꽃들로 뒤덮혀 있었다.

그 풍경은 마치 꽃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아름다웠다.

히드는 보랏빛 작은 종모양의 꽃이 초롱초롱 매달리는 키가 아주 작은 꽃이다.

그 종류도 다양해 수십종에 이른다고 한다. 

내가 직접 해안에서 본 것만 해도 조금씩 다른 히드들이 여럿이었다.



히드로 말하자면, 유럽의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다. 

특히,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히드꽃이 만발한 언덕은 바로 이런 언덕을 지칭했는지도 모르겠다. 

히드꽃이 피는 비바람 몰아치던 '폭풍의 언덕'은 브르타뉴의 해안과 무척 닮아보인다.

히드꽃을 처음 보았을 때, 비바람과 눈부신 히드꽃으로 만발한 언덕에서라면, 나라도 광기 가득한 열정적인 사랑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 저 해안 발치 아래는 해수욕을 하거나 배를 타고 바다를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그저 히드꽃이 만발한 이 언덕의 산책로를 걷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

우리도 이날은 해안을 따라 나있는 히드꽃이 만발한 산책로를 온종일 걸었다.


사진속 군데군데 피어있는 노란꽃은 '난장이아종'으로, '난장이아종'은 큰 키로 4월에 피는 '아종'(ajonc:가시양골담초)과 달리, 발목 정도 높이로 낮고 넓게 여름에 꽃이 핀다.

꽃의 생김새는 아종과 같지만, 짙은 노랑의 아종에 비해, 난장이아종은 밝은 노랑빛이다.

난장이아종과 히드 꽃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절경이었다.

다시 브르타뉴를 가게 된다면, 꼭 히드꽃이 피는 여름에 가고 싶다.

그래서 다시 히드가 만발한 해안선을 따라 오래오래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