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Milin의 ‘끌뢰네: 그의 사람들’(Cleunay: ses gens)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내가 살았던 프랑스 렌의 '끌뢰네(Cleunay)마을' 거리에는 '로베르 밀란'(Robert Milin)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이 커다란 게시판에 인쇄되어 설치되어 있다. 

‘끌뢰네: 그의 사람들’(Cleunay: ses gens)이라는 제목의 연작이 ‘끌뢰네 길’(Boulevard de Cleunay)과 ’게리내 길’(Boulevard de la Guérinais), 그리고 ‘위젠느 포티에 길’(Rue Eugène Pottier)에 걸쳐 전시되어 있다. 

시작과 끝지점, 양 옆으로 이 연작의 제목이 인쇄된 게시판이 두 개 세워져 있고, 그 사이에 6개의 이미지가 담긴 이 프로젝트는 4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우리 집은 마침 ‘끌로네 길’에 위치해 있어서 늘 이 작품들을 보면서 다녔다. 

다른 두 길 또한 아삐네 호수를 오갈 때나 장을 보러 슈퍼를 갈 때 꼭 지나는 길이라, 이 작품들을 자주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세피아톤으로 개성있게 표현된 밀란의 사진들은 이 마을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이 연작을 특히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작품의 소재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알다시피, 끌뢰네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웃 아주머니 같은 ‘오데트’(Odette)와 옆집 개구장이 소년일 것 같은 ‘쥘리앙’(Julien), 또 ‘베르나르와 이베트’(Bernard & Yvette)는 마을 어디서나 지나쳤을 만한 커플의 모습이다. 

게다가 ‘리디의 창문’(La fenêtre de Lydie)은 ‘혹시 우리 집 창인가’하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될 거고, ‘샤를르의 야채밭’(Le potager de Charles)에 그려져 있는 키 큰 떡갈나무는 마치 우리 집 앞에 있는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낯익고 친근한다.



서민들의 전통적인 단독주택들이 자리해 있는 그저 평범하기만한 동네인 끌뢰네는 렌의 다른 곳처럼 농민들의 가옥과 야채밭들이 있던 곳이다. 

끌뢰네는 옹기종기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기존에 존재해 있던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20세기에는 가장자리로 넓게 확장되었고, 그곳에 2~3층 규모의 낮은 아파트들과 병원, 양로원, 복지관과 같은 사회시설들이 건설되었다. 

이렇게 확장된 구역의 길가에 밀란의 작품들이 설치되었다. 

밀란은 확장된 지역과 기존 지역간의 조화로운 결합을 소망하며, 자기 작품을 설치할 곳으로 옛날 지역과 새로운 지역이 중첩되어 있는 길들을 선택했다고 한다. 


나는 그의 이런 소망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이곳 끌뢰네에는 기존에 살고 있던 백인들과 가톨릭신자들, 또 이주해온 다양한 유색인종들과 이슬람신자들이 아무 탈 없이 조화를 이루며 잘 섞여 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소망을 담아 거리에 그림을 세워놓은 것이 매우 마음 따뜻하게 생각된다. 

또 관광객들이 흥미로워할만한 유적이나 구경거리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끌뢰네 마을에 밀란의 이 작품은 새로운 관심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