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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레옹(Léhon)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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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북부의 디낭(Dinan)이라는 작은 도시는 '랑스(Rance)강' 상류의 계곡 깊숙히 자리해 있다.

북쪽 생말로만으로부터 랑스강을 따라 아주 한참 올라가야 디낭에 도달하는데, 여기서 랑스강이 끝난 것은 아니다.

디낭에서 더 들어가, 랑스강에서 가장 깊숙히 위치해 있는 마을은 바로 레옹(Léhon)이다. 


레옹을 가기 위해서는 디낭에서 랑스강을 따라 상류로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다.

물론,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관통해서도 레옹에 갈 수 있고,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걸어서도 갈 수 있다.

우리는 레옹으로 가는 길은 강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이용하기로 했고, 돌아오는 길로는 자동차들이 다니는 찻길로 걸어서 돌아오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카약 스포츠를 즐기는 어린이들과 통통배를 타고 뱃놀이를 하는 관광객들과 손인사를 주고받으며, 랑스강을 따라 올라갔다.



그러다가 보면,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이제 산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산길을 걷다가 만난 공동묘지!

공동묘지를 관통해서 지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설명을 관광안내소에서 들은 터라, 우리는 과감하게 묘지도 가로질렀다.

공동묘지를 통과해, 사진 속에 보이는 문으로 나왔다.



다시, 묘지 앞 오솔길로 방향을 잡았다.

'대체 이 길이 맞는 걸까?'

그저 길은 하나뿐이어서 더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레옹이 쉬이 나타나 주지 않자 낯선 숲의 둘레길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이 아주 조금 생길 때 쯤이면, 먼 발치로 마을과 마을로 향하는 작고 귀여운 다리가 보인다.

바로 저곳이 레옹(Léhon)이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이 오솔길코스는 조금 무섭다.

아무도 걷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더 무서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강이 여전히 랑스강이다.

엄청 넓고 깊은 하류의 랑스강은 이렇게 작은 하천이 되어 또랑또랑 흐르고 있었다.

이 다리는 레옹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등장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것인데, 나는 이 다리를 배경으로 멋진 레옹의 풍경을 포착하지는 못했다.



다리 건너편으로 '이곳부터가 레옹'이라는 표시가 분명한 이름표가 나타났다.

이 작은 마을이 레옹이다.

레옹 중심가는 오래되어 보이는 가옥 몇 채와 시청이 있을 뿐이다.

이런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 있는 성당과 수도원, 그리고 성터를 보기 위함이다. 



이곳이 바로 유명한 레옹의 성당이다.

14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레옹이 과거에는 얼마나 영혼과 정신의 중심지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성당내부는 이런 모습이다.



성당 바로 옆에는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의 기원은 9세기까지 이어진다.

9세기, 브르타뉴의 왕이었던 노미노에(Nominoé)왕이 6명의 수도승들에게 땅을 하사하는데, 그곳이 바로 레옹이다.

디낭에 영국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귀중한 종교적인 보물을 숨겼던 곳이 이곳 레옹이다.



수도원 바로 근처, 레옹을 둘러싸고 있는 언덕에는 옛성터도 존재한다.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세워졌을 거라고 추측되는 이 성은 15세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곳은 수차례 격전지가 되기도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거의 다 허물어진 탑 하나가 겨우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나머지 7개의 탑들을 흔적만 남아있다.  



비가 내리다가 개다가를 반복하던 그날, 바로 성터에서 굵은 소나기를 만났다.

굵은 빗줄기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성벽 위로 새가 날고 있었다.



성벽 한쪽으로는 끝없는 숲이 이어졌다면, 그 반대쪽으로는 마을이 보인다.

그러고 보면, 레옹은 그렇게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성벽 아래로는 레옹의 신도시가 넓게 위치해 있었다.

다시 디낭으로 돌아가는 길은 바로 저 마을을 통해 난 도로를 이용해 가기로 했다.

숲보다는 덜 무섭고 길도 평탄하지만, 자동차들이 너무 많이 다녀서 디낭까지 가는 내내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가를 걸어야 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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