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말로(Saint-Malo) 성벽위 걷기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생-뱅상문 입구에 있는 식당들과 기념품가게들은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이다.>


프랑스 생말로(Saint-Malo) 도버해협으로 향하고 있는 랑스(Rance)강 하구에 자리잡은 도시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옛 시가지는 1년 내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성곽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생-뱅상문(La porte Saint-Vincent: 1708년)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쉬워 보인다. 특히, 버스나 기차를 타고 생말로를 간다면, 이 문앞에 꼭 닿게 된다. 기차에서 내려 약 30분 동안 부둣가 도로를 통과해 걸어왔다면, 틀림없이 들었을 실망감을 이제 거둬들여도 될 것이다. 나는 이 생-뱅상문을 통해 성내로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생뱅상 문을 이용해 성곽안으로 들어섰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성곽위로 올라가 성곽 둘레를 걷는 것이다. 내 생각에 생말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성곽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인 것 같다. 완벽하게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생말로 성곽은 브르타뉴에서도 성곽 위를 다 걸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이 성벽은 기존에 존재해 있던 것에 기초해,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 건설되었다. 특히, 많은 부분이 겹으로 되어 있어, 매우 육중하고 견고한 모습이다. 


성곽 위에서는 손을 내밀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건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륙층 정도의 이 집들은 모두 화강암에 아르두와즈 돌편지붕을 얹고 있다. 잦은 비 때문에 브르타뉴의 건물들이 그렇듯, 생말로 성내의 집들 벽면과 지붕표면에는 희고 노랗고, 또 푸르기도 한 이끼들이 피어 있다. 그래서 수백년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이것들은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점령지역이었던 생말로는 1944년 미국의 폭격으로 성안의 시설 80%가 파괴되는 안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생말로는 폭격 이후, 1948년부터 1953년 사이에 재건된 모습이다. 생말로의 재건은 매우 성공한 예로 주목받고 있다.


또 성곽 위를 걷다가 석조건물들 사이로, 특색있는 주물철간판들이 매달린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가 눈밑으로 전개될 때면, 

발길을 멈추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성곽 아래 골목을 빨리 누비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발길을 성곽안으로 끌 즈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드넓게 도버해협으로 열린 바다가 다시 우리를 유혹한다. 어디를 먼저 가야 할 지 판단이 안 서 마음은 온통 부산스럽기만 할 때, 바닷물이 저만치 물러서 있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해변으로 내려가야 한다. 물이 들어오기 전, 꼭 가봐야 할 곳들이 바닷가에는 너무 많다.


만약, 먼저 성곽 아래를 보고 바닷가에는 나중에 가야지, 했다가는 나처럼 수차례 생말로에 와도 절대로 가볼 수 없는 곳들이 생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조수간만의 차가 큰 브르타뉴 북쪽 해안에서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물시간에 운명을 맡겨야 할 뿐이다.  


그래도 위 사진속 등대까지는 어느 때고 걸을 수 있다. 성벽 발치 아래에서 시작하는 둑을 따라 등대까지 걸은 것은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봄날이었다. 당시에는 너무 괴로워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나' 했지만, 세찬 비바람을 헤치며 둑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돌아와서 내내 했다. 그날 경험한 비바람이 브르타뉴의 전형적인 날씨라는 것을 살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광을 위해 생말로에 갔는데 마침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꼭 이 등대까지 걸어보길 권한다. 걸으면서는 분명 나를 원망하겠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내내 그날, 그 비바람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