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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걸으며

질병과 함께 살기


<2006년 11월 2일>

날이 참 맑다.

오늘 아침에는 물병을 몇 개 짊어지고 약수터를 찾았다.

수술 후, 계속 하나밖에 지지 못했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어 두 개를 배낭에 담았고

그것을 지고 내려오는 것도 힘들지는 않았다.

 

어느새 산 속은 가을 단풍으로 여기 저기 울긋불긋하다.

 

노랗게 물든 칡잎들을 보면서

함께 간 친구에게

"가을 칡도 이제 염색은 끝이다.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꼭두서니도 이제 곧 못할텐데..." 하고 말했더니,

"내년에 해, 일 벌이지 말고 모두 내년에 해!"라고

금방이라도 내가 염색을 할 기세로 보였는지, 말리듯 대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친구를 앞세워

지난 초여름에는 '애기똥풀'을 땄고,

가을에는 '맥문동 열매'를 땄었다.

그녀는 은근히 내가 또 산속을 헤집으며 염색재료를 거둬들일까봐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빈 가지를 보며 나무이름을 더듬으면서 산길을 걷던 때가 눈 앞에 생생한데,

어느새 다시 잎을 떨구며 겨울 준비를 하는 산 속에서

나도 '물러서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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