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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함께 살기

산속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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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다.

산 속, 아카시 나무들 밑에 앉아 오랫동안 풀냄새를 맡았다.

어느 새 아카시 꽃들은 모두 떨어져 벤치 위를 어지럽혀 놓았는데,

어디선가 아카시 꽃 향기가 난다 했더니, 근처 키큰 쥐똥나무에 꽃들이 한창이다.

그 달콤한 향기에 이끌린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모으고 있었다.

 

산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온갖 소리가 들린다.

뻐꾸기, 까마귀, 산비둘기,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새들의 울음 소리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치며 내는 사그락 사그락 거리는 소리

 

그 바람 속에서 가만히 앉아 조용히 귀기울이면

더 많은 소리들이 들린다.

 

종아리까지 웃자란 풀들이 은빛으로 빛나며 내는 고요한 출렁임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의 반짝거림

짙어가는 잎들이 내는 초록의 눈부심

 

산 속에선 늘 이렇듯 미세한 움직임조차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소리가 된다.

함성이 된다.

  

 <2007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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