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선물-석모도 밤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몇 년 전 가을, 강화도와 그 근처 석모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바다와 갯벌이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는 마니산 능선을 걷는 건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석모도의 '해명산'을 오르는 길, 바로 발치 아래 떨어져내리던 밤 두 알의 꿀맛도 잊을 수가 없다.

하늘풀님과 나는 산을 오르다 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입으로 그 밤알을 까서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밤의 존재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다만, 생각보다 너무 높은 산길에 지치고 그래서 멋진 풍광에도 감흥을 잃고, 게다가 하산하려던 길조차 잃어, 인적드문 숲 길을 헤쳐 내려오는데, 그 길에 바로 그 길에 밤들이 지천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만 싶었던 때가 언젠가 싶게 하염없이 허리를 숙여 밤들을 줍고, 또 주웠다.

어느새 괴롭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그날의 산행은 참 '좋았던 산행'이 되어 있었고 무겁다고 투덜대던 배낭에 밤이 한보따리 실렸는데도 즐겁기만 했다.

 

난 이 밤들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어떤 희망도 없다고 여겨질 때, 절망감에 딱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하늘은 늘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선물을 준다.  

 

내 인생 속에서도 난 이런 선물을 기다린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다시 삶을 지속시킬 힘을 줄...


그러나, 어쩜 그런 선물은 이미 받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런 희망은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는지 모르겠다.  

 

                                                                    <당시 석모도에서 주워온 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