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에 송광사는 평지에 세워진 사찰로 산에 있는 절들과는 차이가 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일주문부터가 다르다.
마치 보통집 대문처럼 일주문에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짝이 달려 있다.
'일주문과 사천왕문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이곳에서 남쪽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있던 것이 절의 영역이 축소되면서 점차 안쪽으로 옮겨지다가 1944년 이곳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일주문에서 일직선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면 송광사 경내가 금방 나타난다.
일주문에 달려있는 용머리는 송광사가 얼머나 오래된 사찰인지를 알려주는 듯 하다.
자갈이 깔려 있는 송광사 경내는 무척 훤한 느낌이다.
대웅전 뒤로 야트막한 언덕이 있어서 아쉬운 대로 익숙하게 보아온 산사의 느낌도 준다.
나한전이라고 이름 붙인 이 법당은 무척 소박한 모습인데, 그 단정하고 아름다움에 눈이 간다.
나한전으 효종 7년(1656년)에 지은 것으로, 안에는 석가모니와 십육나한이 모셔져 있단다.
근래에 몇 차례 보수를 함녀서 천정과 서까래 일부가 변형되었지만, 기본 구조와 부재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17세기 사찰의 특징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우렁차게 생겼다' 판단되는 대웅전!
그 앞에는 세운지 얼마 안되 모이는 당간지주도 세워져 있다.
당간지주가 대웅전 앞에 있는 건 송광사에서 처음 본다.
옆으로 긴 직사각형의 이 법당도 잘 생겼다.
기본적으로 송광사에 있는 기존의 법당으로 기상이 우렁차고 잘 생겼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있는 부속품들이 너무 생뚱맞다.
이 법당 앞 석등도 너무 크고 조형미가 없어서 건물과 안 어울리다.
세운지 얼마 안되는 모습이다.
석등이 없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송광사에는 이렇게 군데군데 석조 구조물들이 세롭게 조성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국적불명의 싸구려 같은 물건들을 앉혀 놓았다.
그것들은 없는 것이 더 낫겠다는 느낌을 준다.
경내 중앙에 세워져 있는 종루 역시 다른 데서 보기 힘든 화려한 양식의 누각이다.
이 누각 역시 엄청 우렁차 보인다.
송광사 한 귀퉁이에는 스님들의 생활공간으로 판단되는 건물이 이렇게 소박하게 자리해 있다.
이런 데서는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박미가 넘친다.
그 옆에 있는 누각도 평화롭기만 하다.
그러나 건물들이 여기까지만 있으면 좋았을 텐데... 송광사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경내 여기저기, 구성적인 아름다움은 생각하지 않고 건물을 아무렇게나 짓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안타깝다.
그런 안타까운 가운데, 그래도 내 마음을 사로잡는 건 대웅전 앞 계단 장식!
'거북이 같다!' 생각하고 다가갔는데...
거북이는 아니다.
넙적한 입의 얼굴이 처음 보는 아이이다.
상상속의 동물인가? 너무 귀엽기만 하다.
그리고 뒤뜰에서 본 커다란 보리수 나무!
키큰 보리수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렇게 한국 사찰에서 보리수나무를 본 것도 송광사에서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