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업 박물관

안양에서 살기

몇 달 전에 개관한 김중업 박물관엔 벌써 전부터 꼭 가고 싶은 곳이었다.

특히, 독재정권에 협력하지 않아 쫓겨나 오랜 망명 생활을 했으면서도,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는 지조있는 건축가의 발자취를 쫓아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의 건축물을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우리 동네에 이처럼 훌륭한 건축가의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이 느껴졌다.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은 바로 '유유산업' 공장 건물로 1959년에 김중업이 설계했다고 한다. 

콘크리트와 빨간 벽돌로만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든 것도 대단해 보이고, 단순 소박한 디자인 속에서 건축가의 절제된 감수성이 느껴져 너무 좋았다. 

멋을 전혀 부리지 않은 단순함에서 세련됨이 읽힌다.


위 사진 두 장은 현재 <김중업관>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이다.

<김중업관>에는 건축가로서의 김중업 생애와 그의 작업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이곳은 <문화누리관>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옥상 정원이 있고 각종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옛날 보일러실을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한 <어울마당>이다.

공장 굴뚝을 그대로 남겨놓아 더 재미있다.

아래는 <어울마당>의 벽면... 세월의 흔적이 읽혀지는 오래된 벽돌들이 운치있어 보인다.

<김중업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입구 유리창에 그려져 있는 김중업의 스케치와 집에 대한 생각은 감동적이다.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든다.

기회가 된다면, 김중업의 작품들을 더 보고 싶다.  

프랑스에서 훈장까지 받은 바 있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건물도 보고 싶고, 부산에 있다는 '충혼탑'과 '유엔 묘지'도 가보고 싶다.

특히 유엔 묘지 안에 있는 채플 건물은 꼭 보고 싶다.

김중업 박물관 뜰에는 예전 유유산업의 다른 공장 건물을 허물고 기둥은 그대로 남겨 놓은 곳이 있었다.

그저 시멘트 철근 골조에 지나지 않지만, 이 기둥들은 예술적으로까지 보이는 멋이 있다.

김중업의 건물을 잘 보존해 박물관으로 만든 것도,  공장건물의 콘크리트 기둥들을 남겨 놓은 것도 

우리에게 무엇이 유적이 되고 문화재가 될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은 김중업 박물관 입구 모습, 옛날 유유산업 공장 대문과 경비실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런 것들도 모두 김중업에 의해 설계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그냥 지나쳐 지지 않는다.

그의 너무 멋을 내지 않은 단정해 보이는 설계가 무척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