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나침반이다.
20년 전 프랑스 유학시절, '길을 잃어선 안된다'는 강박에 싸여 있을 때 산 것이다.
나는 실제로 길을 찾을 때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여정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침반을 샀다.
이 나침반은 프랑스에서도 책상 서랍 안에만 있었고, 귀국한 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항상 서랍안에만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는 사이, 스스로 망가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방위가 전혀 맞지 않는 나침반은 서랍속에 그대로 있었다.
문득, '망가진 나침반을 그만 버려야 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상징적인 의미로 산 것이니, 방위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버릴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쩜 실제로 나침반은 없어도 상관없을지 모를 일이다.
국카스텐의 '나침반' 노래는 내 이 나침반을 꼭 닮았다.
하현우는 나침반을 부를 때마다 "여러분, 가슴속에 나침반 하나 가져가세요!"라고 외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나 고독했던 타국에서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침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꼈던 그 시절... 나는 그래서 하현우가 이 노래를 작곡할 당시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나는 나침반을 샀고, 그는 가슴속에 나침반을 새겼다.
당시 나는 가슴속에 나침반을 간직하는 법을 몰랐다.
국카스텐의 '나침반'은 그래서 좋다.
내게 나침반을 가슴에 간직하는 법을 알려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나침반
내게 넌 말하네 이 길은 구원이라고
그의 그 마술에 모두 눈이 멀었네
넌 주문을 걸고 이게 정답이라며
너의 회색빛 웃음 속에 점점 식어간 네 눈은
긴 어둠이 널 기다리고 네 눈은 점점 식어가네
넌 길 잃어버리고 넌 절벽으로 떨어지네
줄게 네게
줄게 네게
보이지 않아도 숨을 쉬지 못해도 웃지 너는 날 보며
긴 어둠이 널 기다리고 네 눈은 점점 식어가네
넌 길을 잃었네 넌 길을 잃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