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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하철 역이었는지 기억도 없지만, 이 시는 한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써 있는 것이었다.
김승희 시인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비수로 찌르는 듯한 언어들로 이루어진 시를, 문장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녀의 시집은 물론, 에세이집까지 닥치는 대로 읽기도 했다.
너무 먼~ 먼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러다가 문득, 지하철 승강장에서 발견한 김승희 시인의 '희망에는 신의 물방울이 들어있다'는 시는 마치 생각도 하지 못한 옛친구를 우연히 만났을 때처럼 반갑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 사이 그녀는 많이 부드러워진 듯 하다.
'희망을 노래하다니!'
나는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래도 김승희 시인이 이렇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책꽂이 높은 칸에 꽂아 놓은 김승희 시인의 옛날 시집을 꺼내 읽어 보고 싶다'고, 이 시를 읽으며 생각했다.
시 속에 있는 '희망은 직진하진 않지만 희망에는 신의 물방울이 들어 있다'라는 구절은 용기를 준다.
나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겠다.
희망에는 신의 물방울이 들어있다
김승희
꽃들이 반짝반짝 했는데
그 자리에 가을이 앉아 있다
꽃이 피었을 땐 보지 못했던
검붉은 씨가 눈망울처럼 맺혀져 있다.
희망이라고.....
희망은 직진하진 않지만
희망에는 신의 물방울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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