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로 나는 한 쪽 가슴이 없다. 현재는 수술을 받은지 8년 반이 지나고 있다.
당시 1기로 진단이 내려졌지만, 석회화가 진행된 부분이 넓어 전절수술을 피할 수가 없었다.
수술할 때 가슴재건 수술을 받지 않은 건 순전히 내 선택이다.
나는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데, 그저 미용을 위해 (수술을 맡은 외과 의사는 나처럼 가슴이 작은 경우라면 건강보다는 미용 때문에 재건수술을 하는 거라는 소견을 밝힌 바 있다.) 가슴재건 수술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미용을 위한 시술들을 다소 천박한 행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자신의 몸을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자르고, 깎고, 고치는 행동은 너무 자긍심이 없는 태도라고 여겼더랬다.
그래서 난 잘리고 뒤틀린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고 싶었고, 그것이 어려울 것도 없을 거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나는 내 잘린 가슴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니, 아직도 싫다.
수술 이후, 수영장을 다시 가는 데는 꼬박 2년이 걸렸다.
수영장에 가게 되었다고 해서 잘린 가슴을 드러내는 데 자신이 생긴 건 아니다.
나는 수건으로 몸을 칭칭 감고 샤워장을 오가고 수영복을 입고 나서야 움츠려있던 몸을 편다.
수영장보다 더 시간이 많이 걸린 곳은 대중탕이다. 대중탕은 수술 이후 3년 반 만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도 최근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꽂힐까 항상 수건을 목에 걸고 다녔다.
그러다 지난 달, 처음으로 대중탕에서 두르던 수건을 걷어냈다.
그건 몇 달 전 온천에서 만난 한 할머니 덕분이었다.
그분도 나처럼 한 쪽 가슴이 없는 분이셨다.
80세라고 하셨는데, 20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으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당신과 처지가 같아보이는 내가 가슴에 수건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안스러워 보이셨던지,
내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시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몇 번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는 공연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어깨에 드리웠던 수건을 벗어낼 용기를 내 보았다.
다시 한 단계 내가 성장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슴 재건 수술을 받지 않은 걸 후회한 적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재건 수술은 받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내 한계를 조금씩 조금씩 극복해가며, 나는 내 몸에 자긍심을 갖길 바란다.
그래서 수영장이나 대중탕에서도 수건을 감지 않고도 어깨를 활짝 펴고 다날 수 있기를 바라고,
쉽지 않겠지만 더 용기를 내어 보정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도 당당히 다닐 수 있길 꿈꾼다.
아니, 무엇보다 이런 몸을, 이런 내 가슴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다만 내 상처를, 내 몸을 가장 진지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