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철재 대문은 상주에서 본 한 농가의 대문이다.
이 집은 빈집이다.
냇가를 끼고 넓게 펼쳐진 들판 사이에 오롯이 서있는 집이었다.
나는 이 집이 냇가 근처에 있다는 것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너른 들판이 울타리에 들어와 있는 뜰이 맘에 들었다.
참 넗은 집이다.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리는 이 집을 발견하고는 열려있는 대문으로 스르르 들어갔다.

낡았지만, 얼마나 정성들여 만든 것인지 짐작이 갈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물장식이 곁들여 있었다.

제법 넓은 본채는 허물어지기 직전이다.
옛날에 지어진 흙벽이 그대로 드러난 전형적인 농가주택이다.
여러 번 농촌의 빈집을 보았지만, 이런 낭만적인 아름다운 집은 처음이다.
위 사진은 너무 어둡게 나온 사진을 보정한 것이다.

주인을 잃은 사이, 담쟁이 넝쿨은 어느새 벽을 타고 올라가 지붕까지 덮을 기세다.
햇볕이 쏟아져 내리는 따뜻한 봄날의 한 오전이었다.

담쟁이들이 한뼘씩 손을 넓혀가는 사이에서 문을 굳게 잠근 자물쇠를 발견했다.
문고리에 걸려 있는 갈고리는 애초 무엇이었을까?
그 위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이곳이 엉망으로 훼손될 것을 걱정한 집주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모두 단정하게 채워져 있는 자물쇠들!
그러나 꽤 오래전에 채워진 것 같다.
집의 몸체는 너무 낡았지만, 손을 대면 맑간 얼굴을 드러낼 듯 단정한 모습이다.

집 한켠에 있는 창고에는 농기구조차 던져져 있었다.

그리고 담장 아래서 발견한 철재 부속품들!
이것들은 마치 풍로의 물래같다.
그 아래 있는 낫과 톱은 나도 알아보겠다.
이런 물건들을 보니, 주인을 잃은 농촌의 빈집의 현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런 물건을 뭣에 쓰던 것일까?
나는 빈집보다 쓸 수 없게 망가져서 뒹굴고 있는 농기구를 보면서 농촌의 빈집이 주는 슬픔이 피부에 와 닿았다.
이 집을 본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과연, 이 집은 새로운 주인을 찾았을까?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이 집을 다시 보려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점점 비워지고 있는 농촌의 집과 농촌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