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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무 이야기

목련꽃이 활짝 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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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련나무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있는 것이다.

정남향에 위치해 있는 이 목련이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개나리가 채 꽃망을 터뜨리기 전, 목련나무에 꽃이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꽃송이가 많이 피어서 차이가 많이 나지만, 하루인가 이틀인가 차이가 날 뿐이다.

어느 새 꽃이 활짝 피었다.

다른 곳의 목련은 꽃봉우리가 맺혔을 때, 우리 아파트 화단의 목련은 이렇게 활짝 피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하루가 지났나? 이틀이 지났나?

밖을 나가보니, 어느새 꽃이 지고 있다.

나무 아래 수북이 쌓이 목련꽃잎들이 보인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흐드러지게 만개한 목련꽃을 사진에 담았다.

이 아파트에서 약 20년 동안 살도록 이 꽃을 사진에 담기는 처음이다.

하도 빨리 피었다가 빨리 져서 사진을 찍을 새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사진을 찍었다.

오늘 나가보니, 어느새 가지에서는 초록잎들이 움트고 있었다.

또 경비 아저씨께서 짬을 내어, 떨어진 꽃잎을 쓸고 계셨다.

참고로 이 목련나무는 부모님께서 20년 넘게 사셨던 집에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꽃이 한창 피었을 때의 모습을 어머니가 찍어서 주신 사진이다.

목련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이 집을 지으실 때 심은 나무인데 이렇게 크게 자랐다.

당시에 심었던 자목련과 마로니에 등, 여러 나무들이 죽는 사이에도 이 목련은 늠름하게 자랐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1년 전, 이 집을 나와 남동생 집으로 들어가신 부모님은 그 뒤 다시는 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셨다.

그것도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아직 우리 소유의 집이지만, 이 집에 들어가 사는 날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생각지도 않게 인연이 끊기는 집들이 있다.

그에 비해, 생각지도 않게 인연이 깊은 집도 있다.

나한테는 이 집이 그렇다.

나는 우리 아파트에서 정말 오래 살고 있다.

한 아파트에서 산지 20년이 되어가니, 오래 살았다.

덕분에 아파트 화단에 나무들이 자라고 죽는 것을 보고, 때로는 베어지고 것도 본다.

요즘은 화단에 동백꽃이 한창이다.

봄마다 화단에서 동백꽃을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내가 부모님 집의 목련나무를 기억하듯, 세월이 지나 이 집을 떠나면 화단에 있는 이 목련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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