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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집에서 두 블럭 지난 넓은 터에는 아주 오래된 집이 있다.
옛날 동화책 '집없는 아이'를 읽었을 때, 거기에 그려진 삽화 속 레미의 집이 이랬던 것 같다.
이집의 벽에도 내가 좋아하는 이 고장의 빨간 돌로 되어있다.
지금은 허물어지기 직전으로 곳곳에 받침목을 세워놓았고, 아무도 살지 않는다.
아니, 살 수 없다.
이 집도 다른 낡고 오래된 집들처럼 헐릴 것이 뻔하다.
그럼, 이 넓은 집터엔 아파트를 세우겠지?
요즘 렌에도 아파트를 짓느라고 정신이 없다.
이 집을 지날 때마다 나는 담 너머 수선화가 얼마나 피었는지 보는 건 정말 좋았다.
지금은 이렇게 만개하던 꽃도 모두 지고 없겠지...
낮은 담장 위에서 햇볕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다육식물을 보는 것도 즐겁다.
모두 사라질 것들...
그들의 눈부신 모습들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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