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의 일에빌랜느 지역에서는 붉은 색 편암으로 집을 짓는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한 바 있다.
렌은 비교적 밝은 빨간 색 돌이 흔한데, 좀더 내륙 브로셀리앙드 숲속에 위치한 '뺑뽕'은 짙은 자주빛을 띄는 걸로 유명하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렌하고 비슷하게 붉은 편암을 이용해 지은 집들이 많았지만, 렌하고 달리 편암의 색깔이 훨씬 짙은 자주빛을 띈다고 생각했는데,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게다가 뺑퐁에서는 렌과 달리, 붉은 편암만으로 짓지 않고 옅은 색의 다른 돌들과 섞어서 지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자주빛 돌들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이곳의 토양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짙은 자주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고장의 토양이 어쩌다가 짙은 자주빛을 띄게 되었는지, 그 유래를 알려주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그것은 ‘요정들의 거울’(Miroir aux fées)이라는 연못과 관련된다.
브로셀리앙드 숲 한 가운데, 요정의 거울이라고 불리는 연못이 있다.
옛날 이 연못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로 맹세한 일곱 요정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들은 밤마다 물표면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가장 어린 요정이 잘생긴 기사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 약속을 깨뜨린다.
화가 난 언니들은 어린 요정을 잔인하게 죽인다. 그 요정의 피가 흩어져 숲 전체에 틘다.
이런 이유로 브로셀리앙드 지역의 흙이 독특한 자주빛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자주빛 고장’(pays pourpre)이라고 불릴 정도로 브로셀리앙드의 자주빛 토양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