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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엘 그레코(El Gr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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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숄츠 헨젤 지음, 김영숙 옮김, 엘 그레코​ El Greco (마로니에북스/Taschen)

'엘 그레코'(El Greco)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1500년대의 화가가 그린 성서화들은 그가 너무 옛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근육이 다 풀려 전혀 물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엘 그레코 그림 속 사람들의 긴 몸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양식이다.

엘 그레코와 비슷한 시기에 창작된 성당의 이콘화들과 비교하면, 그의 그림이 얼마나 개성있고 현대적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엘 그레코의 그림을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꼼짝도 못한 채 한참 동안 서 있었다.

특히, 그의 청록색과 파란색, 진노랑색은 너무 아름답다.

내가 엘 그레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옛날 대학생일 때 읽었던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였다.

그 책에서 아놀드 하우저는 엘 그레코를 앞선 시대의 예술적 경향을 거부한 미술사의 새로운 가치를 열어젖힌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놀드 하우저는 엘 그레코의 그림들에 나타나는 시간과 공간, 육체의 물질성의 해체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특징이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나는 그때, '엘 그레코'의 그림을 꼭 보고 싶었는데, 정보망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당시엔 그의 그림을 볼 기회를 쉽게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서른이 넘어서야 그의 그림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아놀드 하우저'는 물론, 이 책의 작가 '미하엘 숄츠 헨젤' 역시 엘 그레코의 그림이 20세기 팝아트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조금 알 듯도 하지만 충분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좀더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한편, 마로니에북스의 <엘 그레코> 작가인 '미하엘 숄츠 헨젤'의 엘 그레코 기술은 무척 마음에 든다.

그는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엘 그레코의 전기적인 사실들을 중심으로 모두 공감할 만한 사실만을 기술하고 있다.

또 자기가 생각한 것과 엘 그레코가 한 말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기술하고 있어, 독자들이 혼돈할 여지가 없어보인다.

작가의 생각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잘 제시하고 있어서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런 점에서 마로니에북스의 책 <엘 그레코>는 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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