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이 우엉차 만들기에 열광할 때조차 우엉차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차를 우리고 남은 우엉을 찌꺼기로 버려야 되는 상황이 싫었다.
껍질은 말려서 채수 끓일 때 쓰고 알맹이는 간장에 조리면, 맛나게 다~ 먹을 수 있는 우엉을 아깝게 차로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우엉을 요리하기 위해 손질하다가 한토막을 빠뜨리고 말았다.
아까워 급한대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그만 잊어버린 채 여러날이 흘렀다.
그러다가 발견한 우엉 한토막!
혼자 스스로 말라 쪼글쪼글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걸로 우엉차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쪼글쪼글 마른 우엉을 얇게 썰었다.
여전히 속은 싱싱하다.ㅋㅋ
그걸 채반에 널어 그늘에 말렸다.
우엉은 사진 속의 양이 전부다.
4일 동안 뒤집어 가면 말렸다.
바싹 아주 잘 말랐다.
평소 차를 만들 때는 이 시점에서 덕을 텐데, 양이 너무 적어서 이번에는 덕지 않고 차를 우리기로 했다.
우엉 한웅큼을 잔에 넣고 팔팔 끓는 물을 부었다.
덕지 않은 만큼, 찻물은 평소보다 뜨겁게 준비했다.
덕은 우엉에 비해 우엉차 색깔이 진하지 않다.
그럼 맛은 어떨까?
덕은 것은 구수하기는 하지만, 늘 탄내가 나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더욱이 그 맛에 가려 우엉 특유의 쌉쌀한 맛있는 맛과 향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덕지 않은 우엉차는 훨씬 신선한 맛이다.
상큼하고 향긋한 맛이 돋보이는 차가 되었다.
그러나 첫잔만 맛있고 두번째는 거의 물 같아서 아까운 생각이 든다.
역시 우엉은 차로 마시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래도 우엉으로 맛좋은 차맛을 즐기길 원한다면, 덕지 않고 그냥 말리기만 해서 마셔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