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지인 댁을 방문했을 때, 아침마다 맛난 식사를 차려주신 분은 지인의 바깥양반이셨다.
한국의 남성들이 가부장적인 태도를 벗어던지면, 얼마나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나는 이 댁 바깥양반을 보면서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잠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침밥을 지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분!
그렇다면, 방문할 때마다 식탁에 밥이 차려질 때까지 실컷 잠을 잔 하늘풀님과 나는 이분의 행복을 배가 시켜드린 걸까?ㅋㅋ
아무튼 그렇게 늘 팽팽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염치없게 얻어만 먹고 온다.
그런데 이렇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이분의 요리솜씨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다시 놀랄 것이다.
사진속 야채는 한 날. 아침식사로 준비하신 비빔밥이다.
당근, 표고버섯, 돌미나리, 콩나물, 고사리 등의 야채가 비빔밥 재료로 준비되었다.
곱게 채썬 당근만 봐도 이분의 요리솜씨가 짐작이 간다.
그리고 함께 곁들여 나온 김치들!
오이와 무김치, 매운걸 잘 못먹는 하늘풀님을 고려해 심심하고 시원하게 담근 물김치!
하늘풀님의 위장을 고려해, 미리 김치까지 담그고 우리를 기다리는 분은 세상에서 이분이 유일하시다.
거기에 비빔밥에 넣을 양념이 잘된 맛난 고추장!
비빔밥과 함께 식탁에는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건강하게 키운 맛난 쌈채소들이 곁들여졌다.
이 채소들은 모두 이댁 텃밭에서 따온 것이다.
억세진 방풍나물은 살짝 데치고, 여린 참나물과 상추, 쑥갓 등이 수북하게 나무접시에 담겼다.
부추를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는 건 이날 처음 알았다.
쌈채소에 몇 줄기 곁들인 생부추가 맛과 향을 더한다.
이 넓은 뜰이 이 댁의 텃밭이다.
방문했던 5월 초에는 고개를 내민 어린 채소들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텃밭 한가운데는 이렇게 작약이 차지하고 있다.
또 어른 키보다 웃자란 케일은 노랗게 꽃을 피웠다.
한박 꽃을 피우고 있는 케일은 더 이상 채소는 아니다.
꽃들과 채소들이 경계없이 어울려 있는 텃밭이 너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