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리들은 우리 동네 학의천에 살았던 집오리 두 마리와 그 곁에 친구처럼 왔다갔다 하던 청둥오리 암컷의 모습이다.
동네의 한 어르신이 풀어놓은 집오리 덕분에 하천가를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었다.
평화롭게 물놀이하며, 성장해가는 오리를 관찰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한편, 날지 못하는 집오리들은 근심거리이기도 했다.
비가 너무 내릴 때는 혹시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기도 했을까봐 마음을 졸여야 했고, 먹이를 못 구했을까 걱정되어 우산을 받치고 나가 곡물을 뿌려주기도 했다.
이 세 마리가 재작년에서 작년 사이에 이곳에 살았던 오리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곡식을 먹이로 주곤 했는데, 오리들은 그걸 참 좋아했다.
나뿐만 아니라 식빵이나 건빵, 강냉이 같은 것을 먹이로 주면서 이 집오리들에게 애정을 보이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모두 죽었다.
차례차례 누군가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다.
이 중 한 마리는 물가에 목이 뜯겨 죽어 있는 걸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나머지 두 마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집오리들의 실종사건은 오리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큰 슬픔을 주었다.
나도 한동안 우울에 빠져 있었다.
이제, 하천에 집오리들은 없다.
학의천에 집오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학의천 오리의 상징은 청둥오리이다.
이 귀여운 새끼오리 세 마리와 어미 오리도 작년에 찍은 것이다.
사진속 어미오리가 학의천에서 살고 있는 가장 미모의 암컷 오리이다.
지난해, 이 오리는 세 마리의 암컷을 낳았다.
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자맥질을 가르치고 급물살 속에서 먹이찾는 법을 가르치면서 새끼들을 키웠다.
병아리 같이 뽀송뽕송한 새끼오리는 금방금방 몸을 키웠다.
며칠 뒤 나가보면, 눈에 띠게 쑤욱 쑤욱 자라 있곤 했다.
제법 어미 곁을 잘 따라 다니며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어미 오리만큼 몸짓이 크는 데는 채 두달이 걸리지 않았다.
누가 어미인지 새끼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지만, 멀찍이 있는 밝은 색의 오리가 어미이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서 먹고, 날기도 제볍 잘 할 때 쯤 어미는 새끼를 떼어내고 멀리 떠나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성숙한 오리가 된 뒤에도 새끼 세 마리는 서로 의지해 가며 한동안 어울려 지냈다.
그러다가 두 마리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한 마리는 학의천에 남아서 올봄에는 숫컷과 짝을 이루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들마저도 눈에 띠지 않는다.
더위를 피해 멀리 날아간 걸까?
지금은 몇 마리 안되는 터오리들만 물가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오리들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는데, 언젠가 다시 학의천으로 올지도 모르겠다.
오리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