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관악산 자락, 농가에 딸린 텃밭에 있는 홍매화이다.
'저렇게 진분홍 꽃이 대체 뭐지?'
내가 이 꽃을 발견한 것은 멀리 한 불록 떨어진 길로 산을 오를 때였다.
하산할 때는 절대로 놓치지 말고 저 꽃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잊지 않고 잘 기억해냈다.
평소에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모르고 있었던 것도 있고, 또 매화가 필 무렵에는 황사가 많고 날씨도 변덕스러워 산행을 잘 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매화가 너무 늦게 피었다.
나는 태어나서 홍매화는 처음 본다.
홍매화가 이렇게 짙은 분홍빛이라는 것에 가장 놀랐고, 10년도 더 넘게 자주 오고갔던 관악산 자락에 있는 홍매화를 오늘에야 발견했다는 것에 두번째로 놀랐다.
이런 안타까운 사실을 한탄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하늘풀님이 "이제라도 봤으니, 됐잖아!" 한다.
그래, 이제라도 봤으니 좋다.
홍매화를 보자, 수십년 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한지를 꺼내 매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사군자를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이 옅게 푼 빨강색 물감을 붓에 적셔서는 검은 먹을 둠뿍 발라 홍매화를 그리셨던 게 생각났다.
선생님이 왜 저렇게 짙게 홍매화를 그리나? 좀 의아스러웠는데, 홍매화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홍매화를 벚꽃과 비슷한 빛깔로 상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홍매화의 진분홍빛이 야하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야하고 촌스러운데, 천박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홍매화를 좀더 보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