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촛불행진, 추억의 종로 차도 이야기

문득, 멈춰 서서

​이 사진은 작년 겨울, 종로에서 찍은 것이다.

나는 그날 종로에 나갔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이 거리를 사진에 담았다.

​꼭 요맘 때였던 것 같다.

춥고 건조한 겨울 오후, 해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찍고 싶은 종로 모습은 '인도'는 아니었다.

​꼭 사진의 담고 싶은 종로의 풍경은 바로 종로 '차도'였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때는 87년에서 88년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운동으로 전국이 뜨겁게 불타올랐던 시절이다.

당시, 우리는 학교보다 거리에서 더 많이 살았던 것 같다.

바로, 이 종로 차도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 거리였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종로에 나가 인도에서 집회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동'을 뜨기로 한 사람이 이렇게 차가 달리는 차도로 뛰어들며 구호를 외치면, 눈치보며 인도에 흩어져 있던 학생들은 일제히 그를 따라 차도로 뛰어들었다.

인도와 차도를 경계짓던 이 작은 경계석은 항상 용기가 없으면 뛰어들기 힘든 높고 넓은 '강'이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차도로 발걸음을 한발 내딛을 때마다 용기를 내야 했고, 늘 내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는 느낌이 들었다.

인도에서 차도로 한발짝 내딛는, 그것이 내겐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용기있는 도약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당시, 숨차게 달렸던 서울 시내 차도 위와 엄청 들이 마셨던 체류탄과 그 속에서 흘렸던 눈물과 콧물...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고 외쳤던 '독재타도' 구호들!!

그래서 세월 한참 지난 후에도 종로에 나오면 그 시절 생각이 나서 인도와 차도의 경계석에 늘 눈길이 갔다.

그날 이 사진을 찍으면서,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다시는 종로의 차도를 걸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6년 겨울! 촛불행진으로 종로는 물론, 광화문 인근이 인파로 가득 찼다.

옛날에는 주로 대학생들이었다면, 지금은 전국민이다.

아이들은 물론, 노인들까지 온통 촛불로 가득 찼다.

며칠 전, 촛불행진에 참석했다가 귀가길에는 종로를 거쳐서 돌아왔다.

다시 종로 차도 위다.

믿기지 않지만, 수십 년 전에 섰던 바로 그 종로 차도였다.

당시와 다른 점은 너무 평화롭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풍물연주나 노래 공연을 하는 무리들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축제의 거리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시절이 바뀌었다는 건 바로 이런 점이겠구나 생각했다.


가끔, 이런 평화로운 외침이 무슨 힘이 있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여전히 평화투쟁이 가장 큰 힘이라는 걸 가족과 함께 나온 아이들을 보면서 한다.

그때그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그러나 멀리 걸어와서 발견하는 확연히 다른 변화들을 보면서 한다. 

그래서 지금은 잠시 혼돈에 빠진 듯 하지만, 우리는 다시 우리 속에서, 좁지만 선명한 지혜로운 길을 찾을 거라는 걸 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국민이 가장 지혜롭다는 걸 안다.

그리고 끝내 우리가 승리한다는 걸 안다.

민주주의 만세! 

평화투쟁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