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주전자 고치기

알뜰생활 프로젝트



이 커피포트는 20년도 더 전에 어머니께서 사주신 것이다.

요즘은 발견하기조차 힘든 구모델!

나는 이걸 한국에서 잘 쓰다가 프랑스 유학길에도 지니고 가서 열심히 썼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가지고 돌아와서는 또 열심히 쓰고

다시 2년 전 프랑스에 갈 때 다시 들고 갔던 주전자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번 프랑스 체류기간 동안, 그곳에서 망가지고 말았다.

망가졌다는 말보다 수명을 다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충분히 자기 할 역할을 다 하고 죽은 이 커피포트를, 나는 기어이 버리지 못하고 뭔가 궁리를 잘 하면 꽤 쓸모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과감하게 드라이버와 펜치를 이용해 분해하고 뜯어내고....



전기장치들을 모두 걷어내니, 이런 주전자가 되었다.

주전자로서 완벽하다.^^

나는 다시 이걸 귀국할 때 들고 왔다.

가스레인지에서 찻물을 끓이는 용도로 정말 잘 쓰고 있다.

앞으로 20년도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위에 있는 주전자는 언니가 막내동생 신혼 때 선물로 준 것이다.

막내동생은 별로 안 쓰다가 세째에게 주었고

다시 세째는 거의 한 번도 쓰지 않다가 어머니께 드렸다고 했다.

어머니 집 찬장에 그저 뒹글고 있는 저걸 보고 "안 쓰시면 저 주세요!" 했더니, 

어머니는 원하면 가지라고 얼른 내 손에 쥐어 주셨다.


우리 집에 와서야 빛을 발하며, 열심히 찻물을 끓였다.

저 주전자는 무엇보다 밑이 넓어서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플라스틱 손잡이! 손잡이가 두둑두둑 금이 가더니,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아직, 주전자 몸통은 멀쩡하건만...

나는 나머지 플라스틱 잔해들을 모두 떼어내고, 세탁소 옷걸이를 이용해 손잡이를 고쳐보았다.

안전하고 튼튼하게 걸쇠에 철사를 잘 건 후, 삼베줄로 꽁꽁 묶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모습!

이 주전자를 보면서 어머니를 포함한 형제 자매들은 나름 운치 있다고, 참 잘 고쳤다고, 칭찬의 말을 다들 해주었다.

한참을 더 쓸 수 있겠다.


망가진 것을 뭐든 고쳐서 쓰는 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