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내 몸' 이야기(2)

질병과 함께 살기

 


  유방암으로 잘린 가슴은 자긍심을 높이는 쪽으로 나를 성장시키려고 애썼지만, 모든 걸 다 이런 식으로 해결해 나간 건 아니다. 수술을 받은 지 3년이 지나면서는 얼굴도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암 병동을 오가며 보는 외래환자들 틈에서, 또 주변에서 암수술을 받았다는 사람들 속에서 얼굴이 까만, 한눈에도 병색이 짙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저 사람들은 무척 아픈가보다생각했다. 그들의 검은 낯빛은 햇볕에 그을렸을 때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건강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을 수 없는 까맣고 건조한……. 그런데 내 얼굴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게을리 하지도 않고, 5년간 먹어야 된다는 타목시펜도 꼬박꼬박 챙기며 3년이 지나던 때였다. 컨디션도 좋고 몸도 가벼운데, 얼굴빛은 점점 병색이 짙어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빛이 왜 이렇게 안 좋으냐?”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어디가 또 아픈 걸까?’ 하는 은근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던 차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을 만나게 되었다. 나를 몇 년 만에 본 그녀는 매우 담담한 어조로, “ㅇㅇ, 피부가 많이 까매졌네요. 항암제 때문이에요. 그게 피부를 까맣게 하거든요.” 하는 것이다. 내가 아픈 데가 생겨서가 아니라 약 때문이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그렇다면 너무 아파 보였던 많은 암 환자들이 실제로는 관리를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렇게 아픈 낯빛으로 다니는 걸까? 물론, 그들도 이런 자신의 얼굴을 긍정하고 그 모습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고 애쓰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환자다라고 써 붙이듯이 병색 짙은 얼굴을 하고 절대로 다니고 싶지 않았다. 누가 알건, 모르건 나는 암 환자인데, 광고라도 하는듯한 낯빛은 나 자신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항암제를 3년이나 먹었고, 앞으로도 2년을 더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 얼굴의 병색은 더 짙어질 것이었다. 그래서 치료를 한다 해도 앞으로 검게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치료를 받고 관리를 한다면 조금이라도 지체시킬 수 있지 않을까?’ 며칠간의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고 나서 집 가까이 있는 '미용 클리닉'을 찾았다.

  의사는 현재 내 상태에 대해 듣고는 일주일마다 병원에 오길 권했다. ‘소프트 레이저토닝이라 부르는 레이저 치료를 번갈아 하면서, 2주에 한 번씩은 피부 보습 및 보호를 위해 울트라라고 불리는 피부 관리를 받길 제안했다. 그걸 세 달 정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얼굴빛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건강해 보인다는 인사를 했는데, 그런 인사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예전보다 더 환한 얼굴로 나의 건강을 빌어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너무 아픈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가장 즐거워졌다. 조금씩 환해지는 얼굴은 절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아주 좋아졌고, 건강해 보인다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그 말은 덕담이나 주술처럼 항암을 하는 내게 더욱 큰 용기를 주었다. 나는 레이저 치료를 마친 뒤에도 계속해서 2주에 한 번씩 1년 넘게 클리닉에 가서 피부 관리를 받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외모 가꾸기는 불필요하고 천박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실제로 그것은 자긍심과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걸 경험했다.

  물론, 자기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는 태도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 역시 또 다른 종류의 억압일 뿐이라는 걸 느꼈다. 거침없이 비상하는 자유로운 정신은 억압적인 상황에서는 절대로 키워질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과정을 통해 배웠다. 너무 지나치게 몸에 매달리지 않는 선에서의 외모 가꾸기는 충분히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만큼, 누구나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콤플렉스가 되는 몸과 관련해 필요한 처치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얼마만큼, 어디까지 시술을 할 것인가하는 것에는 미용시술을 받길 원하는 사람은 물론, 성형외과 의사나 미용 클리닉 의사들의 절도 있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리고 상처난 몸을 더욱 긍정하며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내가 좋다그리고 그것을 조금씩 실현해 가고 있는 내가 좋다그러면서도 건강하게 보이려고 얼굴을 가꾸는 내가 좋다. 피부 관리를 통해, 환하고 건강하게 보이는 내 얼굴이 좋다. 이 모두가 나다. ‘내가사랑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