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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Arles, 아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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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별들과 다리 위로 가로등 불빛이 빛나고그 가로등 불빛들이 다시 강물 속에 출렁이며 비치고 있는 '론강'(Rhône)의 밤풍경을 그린 고흐의 작품이다

남불의 '아를르'(Arles)라는 도시의 허리를 크게 휘감으며 흐르고 있는 강이 '론강'이다

 이 그림을 좋아하는 건 애초 론강 때문이었지만, 어쩜 고흐의 멋진 푸른 빛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옛날, 고흐가 잠시 살았다는 아를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를르를 가보고 싶었던 큰 이유는 그 곳에서 참으로 고독했던 고흐와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아를르의 실제 인상에 비해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은 너무 통속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를르는 내겐 오랜 역사를 관통해 흐르며 고요하게 숨쉬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때 아를르에서 발견한 것이 론강이다

나는 고흐의 이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을 수없이 봤으면서도 이 그림을 아를르와 연결시키지 못했고, 더욱이 이 강이 론강인 줄은 전혀 몰랐다.

무엇보다 론강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더랬다.

아를르 같이 작은 도시에 이렇게 큰~ 강이 흐르는 줄은 정말 몰랐다


론강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입을 쩍 벌린 채 숨을 쉬지 못하고 머리 속이 썩비워지는 느낌 속에 잠시 떠 있었다

그러고는 구경하던 바쁜 길을 멈추고 한참을 그 강둑에 앉아 있었다

먼 시절 한강 둑 위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던 그때처럼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네델란드에 있는 고흐 미술관을 구경갔다가 기념품으로 이 포스터를 사왔다.

물론, 많은 짐들을 끌고 귀국할 때도 옆구리에 이 포스터를 둘둘 말아 거추장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프랑스에 살 때는 두고 온 한강을 떠올리게 했던 이 그림은, 돌아와서는 이 포스터를 붙여두고 여러 해 살았던 릴의 '론강이 흐르는 방'이라고 이름 붙였던 내 방을 떠올리게 한다.

추억의 방......

 

나이가 들면서 사물들은 점점 창이 된다.

그 사물들 너머로 먼 기억들을 본다. 

귓가에 찰랑이는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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